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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속 현실’ SF가 그려낼 인류의 내일
라이프| 2017-03-24 11:02
인공지능·유전자조작·우주개발…
일론 머스크에겐 영감의 원천
과학기술의 미래 ‘대담한 통찰’


2014년 선보인 영화 ‘인터스텔라’는 국내에서 1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공부모임까지 생길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생명이 싹틀 수 없는 불모지가 돼버린 지구의 대안으로 외계행성을 찾아나선 나사가 우연히 토성 인근에서 큰 웜홀을 발견해탐사팀을 외계행성에 보내는 이야기다. 웜홀과 중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학이 비로소 대중화되는 계기를 마련한 영화다.

사실 ‘인터스텔라’의 이 해법은 현재 과학으로는 실현이 어렵다. 무엇보다 웜홀은 아직 이론상의 존재일 뿐이며, 존재한다 해도 소립자들이나 겨우 통과할까말까한데다 눈깜짝할 새보다 빨리 사라진다. 과학소설 작가들과 일부 과학자들은 웜홀 크기를 대폭 키워 특이물질로 외벽을 바르면 안정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우주선이 지나갈 정도의 웜홀을 만들어내려면 어느 정도의 과학기술이 필요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더욱이 태양계 주변에는 웜홀이 없다. 그래서 ‘인터스텔라’에서는 토성 궤도에 불쑥 나타난 웜홀을 인류멸종을 불쌍히 여긴 5차원 외계인의 선물로 그려진다.


마법과 같은 이런 기술은 SF(공상과학소설)의 주요소재이지만, 과거의 SF는 현실이 되고 있다. 1932년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복제기술의 기본원리를 소개한 바 있다. 1945년 아서 C.클라크는 통신서비스를, 1950년 아이작 아시모프는 ‘아이로봇’에서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를 선보인 바 있다. 이런 상황이니 웜홀이나 외계행성 항해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과학칼럼니스트이자 SF평론가인 고장원씨가 쓴 ‘SF의 힘’(추수밭)은 엘런 머스크, 제프 베조스 등 차세대 리더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영감의 원천으로 왜 SF를 주목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4차산업혁명의 화두가 된 인공지능부터 유전자 조작기술, 우주개발 등 과학기술의 현재와 SF속 미래 사이를 오가며 앞으로 전개될 인류의 미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나간다.

‘인터스텔라’의 외계행성 탐험을 이어가자면, 설사 외계행성에서 물이 있는 매력적인 제2의 지구를 발견한다해도 지금의 우주기술로는 그림의 떡이다. 무인탐사선 보이저 1호로는 약 7만4000년, 아폴로 11호의 새턴 로켓으로는 12만년이 걸린다. 네안데르탈인들이 프록시마를 향해 보이저 1호의 속도로 뭔가를 발사했다면 지금쯤에야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구재앙이 온다면 실현가능한 대안은 어떤 게 있을까. 이 역시 SF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땅속과 물속이다. 세상에 어떤 격변이 일어나도 지하와 수심 깊은 곳에서는 일정한 생존조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드 타드의 ‘지저인간’(1884년), 휴 하위의 ‘울’(2011년)등은 지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다.

불치병 환자들이 사망직전 택하는 마지막 탈출구로 선택되는 냉동인간도 SF의 주요 소재이지만 현실에서 냉동인간 사업은 흥행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012년 현재 냉동인간은 250여명으로 전문기업까지 생겨났다. 에드가 라이스 버로즈의 ‘짐바 죠의 부활’(1937년)에선 5만년 전, 구석기 시대 빙하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로 시간여행자가 미래사회에서 자생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냉동인간은 빈부격차의 상징, 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거리도 남긴다.

영생불사는 유전학적으로도 실현되고 있다. 인간의 노화와 죽음은 텔로미어가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닳기 때문인데, 암세포처럼 무한증식하는 텔로머라제를 체세포에서도 생성이 가능하도로 DNA특성을 바꾸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영원이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주도 시한부이기때문이다. 여기에서 SF는 또 다른 해결책을 내놓는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신들 자신’에서 다른 우주의 자원과 에너지를 훔쳐오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인간의 또 다른 대안은 물 속이다. 인간이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아가미를 외과수술로 이식하거나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 호흡기관에 변화를 일으킨다든지 심해에서 인간이 숨을 쉴수 있는 특수물질을 개발하는 등 SF는 다양한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최근 과학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평행우주론도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년)처럼 작가들의 머리에서 먼저 나왔다. 과학이론적으로는 1957년 젊은과학자 휴 에버렛 3세의 ‘다세계 해석’이란 박사학위논문에서 발견된다. 에버렛에 따르면, 임의 관측이 행해질 때마다 양자적 분기점이 형성되며 우주는 끊임없이 여러가지 경우의 수로 갈라진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특정사건이 발생하는 우주가 반드시 존재하며 그러한 우주들은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만큼이나 현실적이란 것이다.

우리와 이웃하면서 물리조건이 다른 평행우주들 중에는 마법이 멀쩡한 물리법칙으로 통용되는 곳도 상정볼 수 있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마법주식회사’(1940년)와 폴 앤더슨의 ‘혼돈적인 시리즈’(1956~1969년) 등은 그런 논리에 근거한 작품들이다.

이 책은 SF의 창조적 상상력으로 다가올 미래의 문제에 대한 대담한 통찰을 마치 SF소설을 읽듯 흥미 진진하게펼쳐 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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