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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보류 ‘깜짝발표’ 배경은
뉴스종합| 2017-03-24 10:08
- 권오현 부회장 “지주사 전환 따른 부정적 영향 지금 실행 어렵다”
- 이재용 부회장 구속 주총 의안 대거 후퇴
- 글로벌 기업 출신 외국인 사외이사 영입 지속 추진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당분간 보류한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면서 추진 주체가 사라졌고 지주사 전환을 위한 대내외 환경이 불리하게 형성된 탓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처음 열린 주주총회는 지배구조 개편 등 굵직한 안건이 보류되면서 보수적으로 진행됐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4일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48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검토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보인다”고 밝혔다.


이사회 의장인 권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구조 검토는 주주와 회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라며 “지주회사 사업구조 검토를 다각도로 진행한 후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9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여러 단계에 걸쳐 법률과 세제 문제를 살펴봐야하고 외부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검토과정에만 최소 6개월 가량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은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작업이 올해 5월 향후 계획을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초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누는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지주사 전환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급변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에 삼성그룹이 휘말리면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다. 총수 부재 사태 와중에 미래전략실마저 해체되면서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큰그림을 그릴 주체도 사라졌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삼성을 둘러싼 여론이 악화된 것도 부담이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전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됐다. 최근들어 여러 변수로 인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검토작업을 당분간 진행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걸림돌도 만만찮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상법개정안 입법에 탄력이 붙고 있다. 해당법안에는 인적분할을 통한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같은 법안이 통과된 후 지주사로 전환되면 공정거래법상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20%를 사들여야 한다. 이 부회장도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주식 매수비용을 감수해야하는만큼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날 주총 안건은 시장 우려대로 후퇴했다. 이번 주총 의안으로는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다뤄졌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방안만 예정대로 이행된다.

권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방안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4조원 규모의 2016년 배당▷총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올 1분기부터 분기배당 시행 등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 위원회는 올해 4월말까지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며 현재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될 거버넌스 위원회는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사항 심의와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기존 사회적책임(CSR) 위원회 역할도 병행할 예정이다.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도 불발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경험을 가진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후보군을 접촉해왔다.

권 부회장은 “최근 회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번 주총에서 외국인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하지 못했다”며“글로벌 기업의 경험과 충분한 자질을 갖춘 사외이사 영입에 대한 회사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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