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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vs 관록’…한날한시 울리는 ‘악기의 제왕’ 오르간
라이프| 2017-03-24 11:19
롯데콘서트홀에선 한살 오르간의 정통 종교음악 ‘이스터 콘서트’…세종문화회관에선 39살 8098개 파이프의 ‘오르간의 노래’…4월15일 오후 5시 동시공연 화제

‘악기의 제왕’이라고 감탄한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빌지 않더라도, 파이프 오르간의 압도적 위용은 그소리를 단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다. 그러나 파이프오르간의 연주를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건물의 일부로 ‘건축’돼야 하는 것은 물론, 사용과 관리가 까다롭기 그지 없어서다. 서울엔 양대 파이프오르간이 있다. 바로 지난해에 설치된 롯데콘서트홀의 ‘신상’ 파이프오르간과, 1978년에 세종문화회관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이 그것이다. 설치 비용도 롯데는 25억원, 세종은 당시 6억원(현 시세 기준 35억원)이 들었다. 이 두 파이프오르간이 한 날 한 시(4월 15일 오후 5시)에 연주에 들어간다. 압도적 소리를 즐기고 싶은 클래식 애호가라면 고민에 빠질만하다.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은 지난해 설치완료됐다.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홀의 오르간을 제작한 독일 리거(Rieger)사의 작품이다. [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신상 오르간의 정통 종교음악 =롯데콘서트홀은 부활절 시즌을 기념하기 위해 ‘이스터 콘서트’라는 이름 아래 포레 레퀴엠과 생상스 오르간 교향곡을 준비했다. 종교음악을 뛰어넘어 음악 자체가 갖는 숭고함, 깊이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지휘자 김대진과 수원시립교향악단, 소프라노 홍혜란, 바리톤 정록기, 모테트 합창단이 협연한다. 오르간 연주엔 오자경이 나선다.

오자경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에 재직중으로, 2008년 미국 로프트 레코딩에서 독집 오르간 CD발매이후 브레멘, 그라스베르크, 슈타데, 폼센, 홀런 등 독일의 역사적 오르간에서 한 연주로 바로크 전문 연주자로 꼽힌다. 2015년 일본 오사카 이즈미 홀의 바흐 오르간 전곡 연주회 시리즈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초청받았고, 영국 세인트 알번 대성당에서 독주회, 2016년 미국 시카고 휘튼 컬리지와 오스트리아 살츠버그 대성당 초청 독주회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생상스 오르간 교향곡은 롯데콘서트홀의 개관 공연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내한 공연당시, 다른 공연장에선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였으나,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오르관 교향곡을 선보인 바 있다.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이 악기 성능에 까다롭기 그지없는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평가를 통과했다는 반증이다.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오르간은 지난 1978년 설치됐다. 독일 칼 슈케(Karl schuke)사의 제품으로, 8098개 파이프가 9옥타브를 넘나드는 소리를 낸다.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관록 오르간의 끝없는 변주 =세종문화회관은 파이프오르간 콘서트 열 번째 시리즈 ‘오르간의 노래’를 무대에 올린다. 2008년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매년 관객에게 새로운 연주자를 소개하고 특별한 음색을 선보여왔다. 올해는 세계적 오르가니스트 칼레비 키비니에미(Kalevi Kiviniemi)가 내한해 첫 한국공연을 갖는다. 직접 작곡한 오르간 변주곡과 시벨리우스의 ‘축제풍 안단테’, 프란시스 풀랑크의 ‘오르간을 위한 G minor의 협주곡’ 등을 지휘자 강창우를 중심으로 코리안 스트링스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칼레비 키비니에미는 200여장이 넘는 오르간 레코딩 앨범을 발매한 핀란드 대표 오르가니스트다. 2002년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간을 독주를 시작으로 모스크바 체임버 오케스타라,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했다. 일반적 오르간은 물론, 필리핀 대나무 오르간까지 다양한 오르간을 전 세계에서 연주했다. 오르간 즉흥연주자로도 알려져 있다.

39살의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은 손 건반 58개, 발 건반32개와 8098개 파이프로 구성돼, 육중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칼레비 키비니에미는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오르간 소리로 마술을 부릴 것”이라며 “이제 제가 장 시벨리우스가 만들어낸 겨울 폭풍, 그리고 프랑스의 열정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열렬함도 함께 몰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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