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빚 짓눌리는 저신용·저소득 대출 78조
뉴스종합| 2017-03-24 11:32
자영업 대출 1년새 13.6% 증가 
중기·한계기업 ‘돈가뭄’ 심해져
한은 “규모·속도, 성장에 부담”


가계부채는 1350조원을 육박하는 등 증가세가 가파른데도 기업대출은 오히려 둔화세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인 한계차주와 자영업자의 빚 상환 부담이 급증이 예상된다. 반대로 기업들의 빚은 증가세가 주춤하다. 대기업은 빚을 줄이고 있고, 중소기업과 한계기업들은 돈 빌리기 어려워져서다. 가계와 기업들이 모두 ‘빚의 덫’에 걸린 형국이다.

24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1344조원으로, 전년보다 11.7% 증가했다. 이는 지난 5년(2010~2014년)간 평균 증가율인 6.9%보다 4.8%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이례적으로 급증했던 전년(10.9%)보다도 높다.


반면 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760조원을 기록, 전년 말 대비 4.1% 증가하는데 그쳤다. 가계대출 증가율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5.7%로 전년도(10.4%)의 절반 수준이다. 대기업 대출은 오히려 1.2%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의 뇌관인 한계차주와 자영업자의 빚 상황 부담이 늘면서 우리 경제에 부담될 수 있을 것으로 경고했다.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부채가 자산평가액보다 많은 고위험가구 부채가 전체 가계부채의 7%인 62조원으로 추정됐다. 전년의 5.7%보다 1.3%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금액으로는 33.6%(15조6000억원) 급증했다.

취약 차주의 대출 역시 불안하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받은 저신용(신용 7∼10등급)이나 저소득(하위 30%)자인 취약차주의 대출액은 지난해 말 현재 78조6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가계대출의 6.2%에 해당한다.

자영업자 대출 역시 급증했다. 이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480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1년 전(422조5000억원)보다 13.6%(57조7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대출 중 저신용자가 많은 상호금융권의 대출이 급증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상호금융권 대출은 전년보다 13.5% 늘어난 34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9,6%)을 3.9%포인트나 상회한 수준이다. 특이 이들은 주택담보대출 중 고(高) LTV(담보대출비율 60% 초과) 비중이 지난해 9월말 현재 66.4%로 은행(35.9%)의 2배 수준에 근접했다. 비주담대 역시 중ㆍ저신용 차주 비중이 각각 48.4%와 10.6%로 높은 편이었다.

기업들 중 철강ㆍ조선 등 취약업종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역시 금리 인상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이날 공개한 ‘금리상승 시 기업의 이자보상배율 변화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업의 연평균 차입 금리가 작년보다 1.50% 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할 때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업의 비중이 28.8%에서 33.4%로 4.6%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활동을 통해 이자도 못 낸다는 뜻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금리가 0.5∼1.50% 상승할 때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이 1.7∼5.0%포인트 올랐다. 대기업 상승 폭(1.0∼2.8%p)의 두 배 수준이다. 취약업종 중에서는 철강업(2.7∼8.6%포인트)과 조선업(3.6∼8.9%포인트)의 상승 폭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가 GDP(국내총생산)의 90%를 넘어선데다 증가율 역시 11%나 돼 총량 규모와 증가속도 모두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규모라는 지적이 있어 경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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