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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 이윤석의 ‘역사기행 그곳’ 역사의 무거움과 가벼움의 중간을 찾아간다
엔터테인먼트| 2017-03-25 14:51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역사 프로그램의 종가 KBS에서 역사와 현장을 결합시킨 역사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KBS ‘역사저널 그날’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두 출연자가 함께 했던 파일럿 프로그램 ‘최태성, 이윤석의 역사기행 그곳‘이 2017년 봄, 정규편성 됐다. 이른바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다.

두 사람은 동갑 내기 역사 교사와 개그맨이다. 여행도 즐기고, 역사 공부도 한다. 이윤석은 대중을 대신해 각종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최태성은 역사를 재밌게 알려준다.

이윤석은 “대중의 눈높이를 대변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재미 7, 감동 3이라면 최태성은 역사 7, 재미 3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희중 PD는 “역사 프로그램은 과거 엄숙한 분위기에서 지금은 대중적인 코드가 들어간다. 기행에 개그맨+역사 선생 구도는 역사를 좋은 그릇에 담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유머가 있는 개그맨과, 현장에서 많이 아는 역사 선생님이 함께 한다. 보통사람의 상상력에 기대는 부분도 많다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차별점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태성도 “역사는 무거울 수도 있고, 한 없이 가벼울 수도 있다.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 양면성의 중간을 잘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KBS는 역사프로그램 노하우가 많아 신뢰성이 담보돼 있다. 상하이의 와이탄이 관광명소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투척했던 의열단원 김익상이 일본 육군대장에게 총을 겨눴던 장소라는 건 잘 모른다, 와이탄에 우리 역사, 삶이 있다. 이런 게 우리 프로그램이다”고 말했다.

이러하듯, ‘최태성, 이윤석의 역사기행 그곳‘은 현장성이 매우 강하다. 특히 이윤석은 홍커우 공원 의거 현장에 마련된 기념관에서 윤봉길의 사형 직전의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윤석은 “윤봉길 의사 이마에 과녁이 표기돼 있는 사진을 보는 순간 전율과 분노가 동시에 올라왔다. 현장에 가보지 않고는 모른다. 윤봉길 의사의 현장에서 공기를 느끼고, 현장 모습을 그대로 그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윤석은 “답사를 넘어 체험까지 하는 프로그램이다”고 했다.

‘최태성, 이윤석의 역사기행 그곳‘이 첫 번째 역사여행지로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중국의 임시정부유적지. 1919년 3.1운동이 계기가 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4.13) 98주년을 즈음하여 3부작으로 마련한 기획으로, 두 사람은 통합 임시정부가 처음 자리 잡은 상하이에서 출발해 고난의 시기를 상징하는 항저우를 거쳐 광복의 소식을 들었던 충칭까지 임시정부의 이동경로를 따라가며,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고달픔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광복에 대한 꿈을 확인했다.

첫 번째 편으로 25일 밤 8시 KBS1 ‘폭탄을 든 그들‘편을 방송한다. 동방명주, 황푸강으로 잘 알려진 상하이의 와이탄은 특히 야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나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명소다. 그런데 바로 이곳이 1920년대 한반도를 떠나야 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배를 타고 와 첫발을 디딘 장소이며,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투척했던 의열단원 김익상이 일본 육군대장에게 총을 겨눴던 그 장소라는 것은 잘 모른다.

이소룡이 활약한 영화 정무문의 배경이기도 했던 세계열강의 조계지에서 김구 선생의 어머니 등 임시정부 요원의 가족들이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먹을 것을 마련해야 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최태성과 이윤석 둘 다 상하이는 처음인데, 밤을 밝힌 조명들이 찬란해서 더욱 가슴 아픈 그 현장에서, 지난 이야기들을 확인했다.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 기회를 달라”(이봉창)

“제 시계는 이제 한 시간밖에 더 소용없습니다. 후일 지하에서 만납시다”(윤봉길)

김구를 찾아온 두 청년. 이봉창은 도쿄 한복판에서 일왕을 향해, 윤봉길은 중국 홍커우 공원에서 군인과 경찰이 겹겹이 쌓인 가운데 일본사령관을 향해 폭탄을 던진다. “중국의 10만 군대가 하지 못한 일을 한명의 한국 청년이 해냈다” 당시 국민정부 주석이었던 장제스가 윤봉길을 두고 한 말이다. 한인애국단 소속이었던 두 청년의 의거는 이후 항일 독립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까지는 현장에 찾아가기 전에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두 사람이 보고 들은 이야기와 느낀 감정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홍커우 공원 의거 현장에 마련된 기념관에서 윤봉길의 사형 직전의 사진을 보고 이윤석은 충격을 받았고, 한인애국단의 본거지였던 안중근의 동생 안공근의 집에서 두 사람은 절절한 맹세를 하게 됐다.

윤봉길의 의거 이후 일제의 추격과 감시가 심해지면서 임시정부는 상하이를 떠나야 했다. 그러나 상하이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고, 그래서 많은 동지들이 떠난 뒤에도 상하이를 지켰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인 김복형 당시 임시정부 내무위원의 후손을 만났다. 상하이에서 정보를 수집해 요원들에게 전달하며 활동을 이어갔던 그는 일제의 감시와 고문, 획책 속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할아버지가 살았던 그 집에서 아직도 살고 있는 김복형 선생의 손자 김광릉씨는 두 사람을 반갑게 맞으며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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