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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주차전쟁 ①]퀵 오토바이vs 출근용 스쿠터…전쟁터 된 포켓 주차장
뉴스종합| 2017-03-26 09:11
- 동대문역 9번 출구 배달용 주차장
- 출퇴근용 스쿠터에 밀려나 인도 점령
- 구청ㆍ경찰 “단속 근거 만들어야”


[헤럴드경제=원호연ㆍ임정요 기자]동대문역 9번 출구. 이곳은 청계천 옆 종합시장, 평화시장, 동화시장 등 이 일대 의류 부자재 물류가 총집결하는 ‘물류 허브’다. 그런 만큼 이곳에는 동대문 일대는 물론 서울 시내 곳곳으로 부자재를 실어나르기 위해 택배용 오토바이가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전용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해 주차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사진설명> 동대문 시장 일대에 택배용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이 만들어졌지만 출퇴근용 스쿠터와 뒤섞이면서 기사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동대문역 9번 출구 근처 포켓 주차장에 세워진 오토바이들. 임정요 기자/kaylalim@heraldcorp.com

9번 출구부터 은행 앞에 오토바이가 빼곡이 늘어선 이곳 주차장은 ‘포켓 주차장’으로 불린다. 남성복 재킷의 둥그런 주머니를 닮아서 얻은 별명이다. 퀵서시스 배달 기사들은 2015년 5월 첫 개장한 이 곳에 오토바이를 잠시 세워 놓고 배달할 물건을 실어 배달을 나가는 식으로 하루에 스무군데 정도 배달을 간다. 가장 많은 오토바이가 몰리는 시간대는 2~4시로 한번에 700~800대가 모여들기도 한다. 최대 250대를 세울 수 있는 이곳에 두 세배가 넘는 오토바이가 몰리다보니 자리 싸움이 치열하다. 
<사진설명> 동대문 시장 일대에 택배용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이 만들어졌지만 출퇴근용 스쿠터와 뒤섞이면서 기사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동대문역 9번 출구 근처 포켓 주차장에 세워진 오토바이들. 임정요 기자/kaylalim@heraldcorp.com

퀵 기사들은 이곳이 택배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임에도 인근 상가에 출퇴근하는 사람들까지 오토바이를 대는 통에 주차난이 가중된다고 불만이 크다. 경력 9년의 신 모씨 (62)는 “시장에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아침 7부터 퇴근할 때까지 하루종일 대놓는다”면서 “실질적으로 퀵하는 사람들이 주차할 공간은 없다”며 불편사항을 토로했다. 5년 동안 퀵 오토바이를 몰았다는 임모(53) 씨는 “밥을 먹으려면 팔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처럼 짐을 실으려면 오토바이 옆에 여유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자리가 없다”며 “인도에 잠시 짐을 쌓아놓으면 구청에서 불법적재라고 다 가져가 버려서 곤란을 겪은 적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곳에는 후미에 커다란 짐칸이 붙은 중형 오토바이 대신 이른바 ‘택트’라고 불리는 소형 스쿠터가 더 많아 보였다. 배달용 오토바이는 그 뒤에 이중주차를 해 통행 도로를 침범하거나 인도를 점령해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신 씨는 “근처 일방통행 도로에서 나오는 오토바이가 많아서 그쪽에는 세울 수가 없다보니 빨리 싣고 빨리 출발하려면 결국 인도에 세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 일대에는 곧 버스중앙차로가 건설될 예정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일반 자동차 차로가 하나 줄어들기 때문에 주차된 오토바이가 교통혼잡을 야기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사진설명> 동대문 시장 일대에 택배용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이 만들어졌지만 출퇴근용 스쿠터와 뒤섞이면서 기사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동대문역 9번 출구 근처 포켓 주차장에 세워진 오토바이들. 임정요 기자/kaylalim@heraldcorp.com

퀵 기사 장모(67) 씨는 “종로구청과 혜화경찰서가 단속해야 하는데 짐칸이 없는 스쿠터는 출퇴근용이라는 걸 알면서도 단속을 안 한다”며 “출퇴근용은 상가 바로 앞이 아니라 다른 길에 주차해도 되니 그쪽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종로구청은 이곳 주차장 중 27개 면을 출퇴근 용 오토바이를 배정했다. 그러나 턱도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상인들도 불만이 팽배하다. 의류부자재 상점 사장인 박경동(34) 씨는 “인도에 주차하면 한달에 두번 정도 경찰이 단속 나와 운 없으면 오토바이를 견인해 간다”며 “단속을 하려면 대안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길 건너편에 만들어 줘도 충분히 가까우니 근방에 출퇴근용 이륜차 전용 주차장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배달용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이라고 현수막을 걸어놔도 이를 단속할 법적 근거는 사실 없어서 단속보다는 계도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영애 종로구청 주무관 역시 “매일 관리하는 직원을 내보내고 있지만 도로교통법 시행령 상 일반 차량에는 불법주차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이륜차는 경찰이 범칙금만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들이 본업이 있는데 계속 이거 단속해달라고 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why37@heraldcorp.com



<사진설명> 동대문 시장 일대에 택배용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이 만들어졌지만 출퇴근용 스쿠터와 뒤섞이면서 기사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동대문역 9번 출구 근처 포켓 주차장에 세워진 오토바이들. 임정요 기자/kaylal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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