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현대미술 저변확대 위해선 ‘예술 민주화’ 필요”
라이프| 2017-03-27 09:36
베르나르 드 몽페랑 FRAC 아키텐 회장
“거주민 모두가 현대미술 접하도록 해야”
송은아트스페이스서 콜렉션 한국 첫 소개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파리나 랑스를 제외하면 현대 미술을 접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우리가 움직이는 겁니다. 프랑스 거주 국민 모두가 현대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말이죠. 일종의 ‘예술 민주화’ 입니다”

베르나르 드 몽페랑(72) FRAC(Fonds Regionaus d‘Art Contemporainㆍ프랑스 지역자치단체 현대미술 컬렉션) 아키텐 지역 회장은 지난 24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현대미술 저변확대를 위해선 대중과 친해지는 것이 최우선과제라고 강조했다. 몽페랑 회장과 그 일행은 서울 강남구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프랑스 지역단체 현대미술 컬렉션 ‘What is not visible is not invisible’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베르나르 드 몽페랑(Bernard de Montferrand, FRAC 아키텐 및 Platform 회장)©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All rights reserved.

FRAC은 프랑스의 지방예술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조직으로 지난 1982년 창설됐다. 당시 23개 주(州)에 하나씩 총 23개 FRAC이 생겼고 그 조직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자국 및 해외작가 5400명의 작품 2만6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각 조직의 연간 예산은 평균 100만유로(한화 약 12억 원)로 그중 통상 12~30만유로(1억 4500만원~3억6300만원)가량을 소장품 구매예산으로 사용한다. 일부 기업의 메세나 일환으로 운영되는 레지던시외엔 신진작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한국의 상황에서 주목해 볼만한 제도다. 

줄리앙 디스크리(Julien Discrit), What is not visible is not invisible, 2008, Light, invisible ink, UV paint on a wall, UV lamp, motion sensor,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49 Nord 6 Est – FRAC Lorraine, Metz © Julien Discrit and National Museum of Singapore

예산은 기본적으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1:1 갹출로 마련된다. “FRAC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요. 또 일반 기업이나 재단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각 FRAC은 독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자신의 컬렉션에 정부나 출연 기업의 영향력 행사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작품구매는 5~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의회에서 결정는데, 유명 미술관 관장, 전시기획자, 예술사 전공자 등이 포함됩니다. 각 FRAC에서 지향하는 바에 따라 예술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을 구매하죠” 이렇게 구매한 작품 중엔 백남준, 재불작가 진유영 등 한국작가 20여명이 포함돼 있다.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Work n°262, 2001, Balloons,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FRAC Languedoc-Roussillon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각 FRAC별로 사진, 데셍, 디자인, 건축가 모형 등 주력하는 컬렉션 분야가 다 다르다. 루아르 FRAC의 경우는 매 해 작가를 선정하고, 이들을 레지던시로 초청한 뒤 이곳에서 생산된 작업을 전시하기도 한다. 전체 소장품 중 20% 정도가 체류 레지던시 작가의작품이다. 다만 모든 FRAC이 공통적으로 가진 콜렉션 기준은 현재 생존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이다. “FRAC의 창설 목표 중 하나가 ‘프랑스 신진 예술 작가의 창착을 독려하자’는 것이기에 젊은 작가에 주목하고 있다”는 몽페랑 회장의 설명이다. 

에디트 드킨트(Edith Dekyndt) Major Tom, 2009, Helium bottle, air pump, balloon, polypropylene,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FRAC Alsace Photo : Mathieu Bertola / Musées de la Ville de Strasbourg

이번 송은아트스페이스엔 FRAC의 컬렉션 중 일부가 왔다. 아시아 순회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의 개관 기념 공동기획으로 지난 2월 19일까지 싱가프르에서 첫 선을 보였다. 압살론, 한스 옵 더 벡, 루이지 벨트람, 미셸 블라지, 루이 칸, 마틴 크리드 등의 회화와 설치, 영상 작품 30여 점을 볼 수 있다. 송은아트스페이스 측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FRAC의 활동과 소장품을 선보임으로써 현대미술 창작 지원 및 후원을 위한 정부 기관의 역할을 조명하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전시는 5월 20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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