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쉼표] 이념 세탁기
뉴스종합| 2017-03-27 11:06
남미 베네수엘라 처지가 말이 아닌 모양이다. 중앙은행이 정확한 숫자를 내놓지 않지만, 경제 상황이 전쟁 중인 국가보다 더 나쁘단 평가다. 인플레이션은 800%대로, 식료품ㆍ의약품 부족 탓에 약탈이 횡행한다. 수도 카라카스의 살인 범죄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게다가 휘발유가 부족해 난리라고 한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미스터리다. 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실정(失政)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나라를 14년간 지배했던 우고 차베스가 2013년 암으로 사망하자 뒤를 이어받은 마두로 대통령은 눈ㆍ귀를 막은 폭주 기관차와 다르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화폐를 공격하는 나라 안팎의 마피아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으나 그런 마피아는 있지도 않았다. 


그는 남미를 스페인 통치에서 해방시켜 추앙받는 시몬 볼리바르를 롤모델로 삼는다고 한다. 혁명가의 껍데기만 흉내냈던 걸까. 도그마에 빠진 사회주의의 말로는 고통받는 국민 뿐이라는 점만 실증하고 있다. 여기저기 아우성이니 보수 우파인 야당이 득세하는 건 수순이고 2015년 투표 결과도 그렇게 나왔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나라가 엉망인데, 남미 내 좌파동맹국에 원유ㆍ휘발유 수출을 늘린 게 베네수엘라 휘발유 부족현상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좌가 됐든 우가 됐든 이념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게 국민 먹고 사는 문제보다 중요한 건지 헛웃음이 나온다.

요즘 거침없는 입으로 주목받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는 TV토론에서 “내가 집권하면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새로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런 세탁기를 생산ㆍ유지할 능력이 있단 건지 놀랍고 못미덥지만, 말만큼은 톡 쏜다. 그런데 죄악은 좌ㆍ우가 아니라 독선이다. 대권을 꿈꾸는 자, 거울 속 자신을 반추(反芻)하는 게 우선인 이유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