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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20~30%…’ 대선테마주 ‘쪽박리그’
뉴스종합| 2017-03-27 11:24
흑역사 15년…개미투자자 97%
주가 변동폭 평균 130% 출렁
5000만원이상 투자 93% 손실

“로또 사는 거랑 똑같다고 보면 돼요. 장기투자하라고 하는데, 누가 로또 사서 1년 가지고 있나요? 타이밍만 잘맞추면 20~30%는 금방이에요. 개미들한텐 이만한 노다지가 없죠.” (서울 연희동에 사는 32살 구모씨)

‘한탕’을 노리고 대선 테마주를 건드린 구씨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결국 ‘쪽박’으로 귀결됐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테마주에 손을 댔던 구씨는 반 전 총장의 돌연 대선 불출마 선언에 무려 20%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구씨는 또 다시 테마주에 고스란히 돈을 넣었다.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거 따져도 언제 오를지 모르는게 주식이에요. 대선후보 말 한마디에 20%가 뛰는데 그 올랐던 기억을 쉽게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오는 5월 ‘장미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를 가르는 분수령을 맞고 잇는 가운데 대선테마주 투기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대박'의 꿈이 '쪽박'이 된 대선테마주의 '흑역사'만 장장 15년에 달하지만, 올랐을 때만 기억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또 다시 베팅을 걸었다. ▶관련기사 15면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대 대선주자들의 윤곽이 조기에 드러난 지난해 9월부터 11월 정치 테마주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평균주가는 최고가 대비 35% 하락했다. 지수등락과 비교해 고점대비 최소 6.5%에서 최대 44.6%까지 더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테마주의 주가변동폭도 평균 130.1%에 달해 매우 컸다.

이 같은 투기장의 최대 참여자이자 피해자는 단연 개미였다.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비중은 97%에 달했지만, 10명 중 7명은 큰 손실을 입었다. 5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큰 손‘ 개미들의 손실 비율은 무려 93%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계속 투자하는 개미들의 심리는 뭘까. 전문가들은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선테마주 역사는 2002년부터 이어져 내려왔지만 이번 대선의 경우 '정책'이 아닌 후보자들의 '인맥'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충청권 수도이전 계획'을 공약에 충청권에 연고를 둔 기업이,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때는 '4대강 사업' 테마주로 각종 건설관련주가 들썩였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때부터 친동생 박지만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EG가, 현 대선주자들은 학연, 지연, 혈연 등 인맥으로 테마주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인이 권력을 잡으면,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보는 '정경유착'이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내려 있고 학연ㆍ지연으로 얽힌 정치테마주가 그동안 실제로 수혜를 받았다”며 “상당부분 정치가 네트워크로 움직인다는 걸 역사적, 경험적으로 체득해왔기 때문에 후진국형 테마주가 판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나라에나 정치테마주는 있지만, 선진국의 경우 후보의 정책에 따른 수혜주가 정치테마주로 분류된다. 실제로 최근 미국 대선에서는 클린턴 수혜주와 트럼프 수혜주가 정책에 따라 갈렸다. 친환경 산업은 클린턴 수혜주로, 방산과 제약바이오 산업은 트럼프 수혜주로 돌아갔다. 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테마주로 분류된 SG충방은 “전혀 관련이 없다”며 해명공시를 내기도 하는 등 '카더라'에 의한 헐거운 연결고리에 개미들은 수백, 수천에 이르는 베팅을 걸고 있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정치테마주는 정책에서 인맥으로 가는 흐름에 더해 테마주 열풍이 오는 시기가 더욱 앞당겨 지고 있다”며 “2007년 대선 때는 6개월 전, 지난 대선은 1년 전, 현 대선은 1년 반 전부터 테마주가 활기를 치는데 후보자의 말 한마디에 오르고 내리는 걸 본 학습효과가 주효. 쉽게 한탕을 벌 수 있는 장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은지 기자/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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