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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목 잡은 ‘트럼프 기술’
뉴스종합| 2017-03-28 09:19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지렛대를 이용하라.”(Use your leverage)

“크게 생각하라.”(think big)

“너무 갈망해서 협상을 끝내는 실수를 하지 마라.”(never to seem too eager to cut a deal)

198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스트셀러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 나오는 주요 내용이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엔 부동산 재벌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협상에서 그가 승리할 수 있었던 갖가지 법칙과 노하우가 담겨 있다. 그는 책에서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며 스스로 ‘협상의 지존’임을 숨기지 않았다. 아울러 거래에서 성공하기 위한 지침으로 ▷크게 생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언론을 이용하라 ▷희망은 크게 보이게 하고 비용은 적당히 써라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등 11가지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진=트럼프 저서 ‘거래의 기술’]

그런데 트럼프의 기술이 부메랑이 되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1호 법안’ 트럼프케어(AHCA·미국건강보험법)를 좌초시킨 공화당 내 보수 강경 그룹 ‘프리덤 코커스’가 트럼프의 저서를 읽고 전략을 역이용한 것이다.

2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케어 표결을 일주일 여 앞두고 프리덤 코커스 소속 하원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거래의 기술’ 여러 권을 가져와 동료 의원들에게 돌렸다. 그리고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토대로 짠 자신들의 전략을 소개했다. 그의 등 뒤에는 ‘지렛대를 활용하라’(Use your leverage)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런 문구도 함께 있었다. “거래를 성사시키려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것이 최악의 협상 기술이다. 상대방은 피 냄새를 맡게 되고, 당신은 죽게 된다.” 바로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 나온 말이다.

첫 번째 전략은 ‘생각을 크게 하라’(think big). ‘오바마케어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프리덤 코커스가 볼 때 ‘무늬만 폐지’에 불과한 트럼프케어를 끝까지 거부하는 동력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표결 전날인 지난 23일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의회로 보내 “트럼프케어 협상은 끝났다”고 압박했음에도 프리덤 코커스가 크게 동요하지 않은 것도 책에 나온 전략 덕분이었다. “이제 끝났다고 협박하는 사람은 절대로 끝내지 않는다”는 말을 토대로 트럼프의 ‘최후통첩’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랜드 폴 의원의 수석보좌관 더그 스태포드는 인터뷰에서 “트럼프케어는 프리덤 코커스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더 필요한 것이었다”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갈망해서 협상을 끝내는 실수를 하지 마라’는 전략 또한 스스로 어긴 셈이 됐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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