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품격과 거리 먼 TV토론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뉴스종합| 2017-04-24 11:08
언제까지 이런 수준 이하의 TV 토론을 국민들이 지켜봐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23일 밤 진행된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권자들이 금쪽 같은 시간을 쪼개 TV 토론을 지켜보는 것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리더십과 정책 역량,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작 후보들은 이런 본질과는 아무 상관없는 서로 물고 물리는 네거티브 공방에만 열을 올릴 뿐이었다. 지난 두 번의 토론회가 ‘초등학생 말싸움’이란 혹평을 받았는데도 달라지기는 커녕 되레 상호 비방 수위만 더 높아졌다.

이날 토론 주제는 외교안보ㆍ정치였다. 때마침 미국이 북한을 타격해도 중국이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외신보도가 이어지는 등 한반도 정세가 요동을 치는 상황이라 토론회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더 높았다. 그렇다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 북한 김정은 정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당연히 토론의 핵심이 됐어야 했다. 하지만 판을 쥐고 흔드는 ‘트럼프’라는 이름 석자는 귀를 씻고 들어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는 유엔 북한인권결안 표결 당시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는 ‘송민순 쪽지’ 파동으로 채워졌다. 여기에 주제와는 무관한 특정 후보의 대학시절 성폭행 공모 의혹, 가족 불법 채용 논란 등 상대방 흠집내기 공방이 가세했다. 안보 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인데도 과거 문제와 네거티브에 매몰돼 이전투구만 벌였던 것이다. 이게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 토론의 수준이다.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다른 때에 비해 짧다. 후보들에게 TV토론은 자신의 국가경영 능력을 국민들에게 알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아까운 시간을 네거티브와 입씨름으로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후보들은 선거기간 중 하루에 10건 가량의 브리핑과 논평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국민 생활과 국가 정책에 관한 내용은 1건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9건은 상대 캠프의 일탈과 말꼬리 잡기, 경쟁후보 가족 의혹 등 네거티브에 관한 것이다. 이런 판에서 정책 선거를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緣木求魚)이나 다름없다. 상대를 깎아내린다고 결코 자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나의 모든 역량을 쏟아내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는 TV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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