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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이런 걸 쓰면 독자가 뭐라 할까”
라이프| 2017-04-26 15:28
79세 소설가 김주영 신작 장편 발표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윤동주 시인이 별과 부끄러움의 시인으로 얘기되듯이 바람이 있다면 위로의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등단 47년을 맞은 소설가 김주영씨(79)가 26일 신작 장편소설 ‘뜻밖의 생’(문학동네)를 내면서 원로작가로서의 소망을 이렇게 밝혔다. 이번 작품 역시 춥고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툇마루에 앉아 해바라기나 해야 할 나이에” 그가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뜻밖의 생’은 한 사람의 일생을 유년부터 노년의 시간까지 그려낸 노 작가만이 그려낼 수 있는 삶의 통찰을 담고 있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은 개”라고 설명했다. 부모로부터도 관심을 못 받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며 세상 변두리를 전전하는 주인공을 위로하는 유일한 존재다. 한 겨울에는 따뜻한 온기를 주고, 먹을 것 까지 가져다 주는 개가 사람을 위로하고 일깨워준다.

그의 소설에는 하층민들이 주로 등장한다.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다.

그가 말하는 어둡고 추운 사람들이다. “제가 그렇게 자랐기 때문이에요. 소설이란 어쩌면 자서전입니다. 자사전의 성격을 띠지 않는 소설은 없다고 봅니다.”

현재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현역작가로는 최고령에 속하는 김 작가는 26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나이 든 작가의 글쓰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그는 스스로를 축이 마모돼 삐걱이는 물레방아에 비유했다. 이태리 속담에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고 하는데, 흘러간 물을 끌어당겨 물레방아 돌리는 억지를 부리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창 때는 하룻밤에 한 편의 단편을 써냈지만 이번 작품은 1년이 걸렸다. 특히 그 특유의 걸판진 길거리 언어, 상소리, 성적인 묘사 등을 자유롭게 담아내지 못해 답답했다.

자주 ‘이 나이에’란 생각이 글목을 가로막았다.

“이 나이에 이런 걸 쓰면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손자들은 뭐라 할까? 걸렸다”는 것이다.

당초 1300매짜리 원고도 300매를 덜어내는 등 원고도 세 번이나 고쳤다.

청송 폐교에 세워진 객주 문학관에 기거하며 작업했다는 그는 초고부터 수 차례 수정을 거쳐 책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문학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정치판하고는 거리가 먼 그이지만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공천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김한길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요청을 해온 까닭이다.

그는 “선천적으로 문학을 하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배려를 갖고 있어” 거절할 수 없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사 중 큰 갈채를 받은 “부산역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표를 부산에서 끊을 수 있다.”는 대목도 자신이 기안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새 소설에 대한 꿈도 내비쳤다.

“이번 소설이 1만부만 나가면 새 소설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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