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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연예톡톡]‘역적’ 가령과 길동, 왜 더욱 애틋한가?
엔터테인먼트| 2017-04-26 18:31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역적’에서 가령(채수빈)과 길동(윤균상)은 부부임에도 같이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길동이 궁에 있을 때는 가령이가 밖(익화리)에 있다가 가령이가 궁에 들어가니 길동이 밖(항주목)에 있다. 서로 엇갈리는 운명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가령이가 길동이 죽은 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둘의 관계가 애틋함을 더한 것은 단순히 만날 수 없는 상태여서가 아니다. 이들은 데이트는 언감생심이어도 너무나 멋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가령이는 티 없이 맑고 씩씩한 길동 바라기였다. 청옥루 시절 길동이가 장록수(이하늬)를 좋아하건 말건 길동이의 등에 업히는 게 좋았다. 길동에게 “손만 잡고 자자”라고 한 것도 신선했다. 이걸 남자가 하면 ‘수작’이 되지만, 가령이가 하면 ‘연심’이 되고 캐릭터를 강화해주는 것이다.

가령은 남자들로 구성된 익화리 길동 사단에서 여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대접받았다. 길동이를 비롯해 익화리 남자들은 가령이에게 “여자라고 부엌 일 하라는 법 있나”라고 말할 정도로 열린 사고의 소유자들이었다. 조선 연산군 시절에도 21세기 사고를 한 사람들이었다. 가령이가 심신이 망가진 아모개(김상중)를 극진히 간호했던 것은 마음이 시킨 일이다.

두 사람은 첫날밤도 제대로 치르지 못할 정도로 둘만 함께 한 시간이 적었다. 달달한 딸기키스는 회상신이라야 가능했다. 하지만 믿음과 사랑만은 굳건했다. 서방님이 연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소리를 듣고, 복수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궁안에 들어가 여악이 된 가령이는 구연동화로 임금이 잠 든 틈을 이용해 왕을 죽이려는 겁 없는 여자였다. 이 모든 것이 남편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연산은 공적인 일을 사적인 것으로 처리하는 반면, 길동은 사적인 인간이 공을 위해 일한다. 그러기에 가령이는 남편의 대의를 향한 길을 막을 수 없었다.

연산은 생모인 폐비 윤씨를 죽음으로 몰고간 신하들을 벌하고도 모자라, 자신이 따라준 술의 반을 버린 신하에게 유배를 보내는 ‘제멋대로 정치’를 일삼고 있다. 연산의 찌질함과 광기를 표현하는 김지석의 연기는 훌륭하다.

길동과 함께 있던 여성들은 거의 모두 왕(연산)에게 가있었다. 어리니(이수민)가 돌아와 기억을 되찾았지만, 가령이는 아직 궁에서 왕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가령은 남편을 만나면 재잘재잘하는 맑고 여린 마음의 소유자이지만 누구보다도 단호하며 결단력이 강하다.

채수빈은 촛불을 켜놓고 서방님이 안전하기만을 빌던 가령이 캐릭터를 잘 다듬어왔고, 윤균상은 이런 가령을 잘 보듬어 안았다.

시청자들은 가령이 빨리 궁에서 나가 서방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나도 같은 심정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주 만날 수 없기에 더욱 애틋하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정도다. 두 사람이 자주 만났으면 하는 마음만은 간절하지만, 자주 만나 ‘로코’를 찍을 수 없는 게 이들의 운명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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