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프리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문제 수수방관하는 정부
뉴스종합| 2017-04-27 11:28
‘한의사는 허준의 동의보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 이맘때쯤 쓴 칼럼 제목이다.

당시 한의사 A씨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의사들이 ‘X-레이나 초음파 기기가 동의보감 어디에 나오느냐’며 말끝마다 동의보감을 들먹인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사들은 첨단의료기기를 맘껏 이용하면서 ‘한의사는 동의보감에 나오는대로만 진료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옥에 살면 TV도 세탁기 냉장고 가스렌지도 들이지 말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물론, A씨가 한의약 명의 허준과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친 그의 명저 동의보감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리 없다.

그후 1년 1개월이 지났지만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문제는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현행 의료법에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때문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복지부는 소극적으로 일관하며 세월만 허송했다. 2014년 12월에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규제 개선지침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지키지 않았다. 작년 9월 국감에서 이 문제가 재차 제기되자 정진엽 장관은 12월까지 대안을 만들겠다고 답변해놓고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은 커녕 명확한 추진계획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조속히 해결하라는 국회의 요구가 번번이 무시당한 셈이다. ‘국회 무시’는 곧 ‘국민 무시’라는 말인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 그 권한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이 문제를 의사와 한의사 간 ‘밥그릇싸움’으로만 보는 시각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이 애꿎은 피해를 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민의 생명권 보호라는 관점에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규제는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진료선택권을 넓혀주고 보다 나은 양질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려면 규제는 풀고 대신 엄하게 관리하는 게 맞다. 계속 직능단체 눈치나 보고 정치적 주판알을 튕기면서 수수방관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것은 정확한 진료와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일이기도하지만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의료기기사용 제한이 없는 중국의 중의학은 객관적 진단과 예후 관찰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세계 전통의약시장은 2050년 6000조원 규모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중국은 중의약의 세계화에 발벗고 나섰다. 한의약도 우수성으로 글로벌 의료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잠재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규제할게 아니라 오히려 길을 터줘야 한다.

최근 대한한의사협회가 발간한 19대 대선 공약 건의서 ‘2017 한의약 발전을 위한 제안’에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규제 철폐가 주요내용으로 들어가 있다.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문제가 차기정부에서 해결돼 한의약이 국민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세계시장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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