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삼성이 지주사 전환 철회할 수밖에 없는 기업경영 환경
뉴스종합| 2017-04-28 11:19
삼성전자가 27일 이사회를 열고 그동안 추진해 오던 지주회사 전환을 백지화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계열사 간 지분 보유를 통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검토해 왔다. 이날 결정은 그 작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국내 대기업 그룹 지배 구조 관행에 일대 변화가 예상되는 등 재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않을 듯하다.

일단 삼성전자는 표면적으로는 경영상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지주사로 전환해도 사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경영 역량 분산 등으로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이사회와 주주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그 과정도 쉽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보면 지금의 사업구조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라는 자신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경영상 판단 말고도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도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자사주의 의결권 확보를 원천 봉쇄하는 상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를 노골적으로 겨냥한 법안이다.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견제하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주사 포기의 배경에는 이런 외부적 요인이 결코 적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장과 기업의 힘의 원천은 자율이다. 지주사 전환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지주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나누든, 일원화된 체제로 유지하든 일장일단은 있게 마련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전적으로 기업이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도 기업의 몫이다. 정치권과 여론이 딴죽을 걸고 감놔라 배놔라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주회사 전환 포기와 함께 삼성전자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13.15%)도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시가로 환산하면 40조원에 이른다. 매입 소각이 진행중인 9조3000억원어치를 제외한 게 그 정도다. 이 가운데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가 12.9%다. 이걸 다 소각하기로 했다는 것은 더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 이면에는 기업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소리없는 외침도 함께 담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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