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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광장-홍정의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새정부 출범…가계부채 해법은
뉴스종합| 2017-05-11 11:40
최근 한국 경제의 딜레마는 경기둔화와 가계부채 팽창에 대한 정책적 요구가 상충한다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기조를 완화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의 정책기조가 요구된다.

대출은 본질적으로 미래에 발생할 소득을 미리 받아오는 행위다. 물론 소득 감소가 예상됨에도 불가피하게 빚을 지는 경우도 있지만, 총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가계는 향후의 경제적 상황이 현재보다 더 나아지리라고 기대할 때 부채를 팽창시키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기둔화 추세를 고려 할 때, 가계부채 팽창의 주원인이 소비지출이라고 보기는 어색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주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이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책적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필연적으로 자본수익률이 낮아진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11년 3.25%에서 2016년 1.25%까지 하락하는 동안 국고채금리(10년물)와 정기적금 금리(3~4년)도 2011년 각각 4.2%, 4.31%에서 2016년 1.75%, 2.21%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기준금리가 하락해도 부동산 임대료는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자본 투자 대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오피스텔의 소득수익률(시세차익을 감안하지 않은 임대수익률)은 전국 평균 2011년 5.41%에서 2016년 4.54%로 낮아지는 데에 그쳤다.

이 같은 수익률 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 부동산 투자수요는 팽창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이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다른 원인으로는 이자율 하락이 주택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자율 하락은 전세대출 비용을 낮추기 때문에, 월세보다 전세를 택하는 임차인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에 따라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임대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의 가계대출이 크게 팽창할 수 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전체 가계대출(조사가구 대출의 가중평균 기준) 중 사업 및 생활비 목적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약 41.7%에서 2015년 34.8%로 감소한 반면, 주택구입 목적 대출은 2010년 46.6%에서 2015년 50.9%로 증가했다. 특히 임대보증금 마련 목적 대출은 동일기간 4.7%에서 7.3%까지 상승했다.

가계부채는 성격에 따라 대처방안이 다를 수 있다. 소비 대출의 증가는 순자산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키는 반면, 주택구입이나 임대목적 대출은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증가시킨다. 이러한 대출은 부채 규모 자체보다는 주로 주택시장과의 상호관계 하에서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주택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 대출 건전성이 악화되거나 순자산 감소에 따른 소비절벽이 유발될 수 있다. 이때는 담보시장의 안정성 유지에 무엇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만약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신규대출을 무리하게 긴축시키면,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이미 발생한 부채의 질이 급격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가계부채 확대가 투기나 도덕적 해이에 의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억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합리적 시장반응이라면, 지금은 규모 자체를 줄이기보다는 질적 건전성 유지에 대한 논의에 힘을 모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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