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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저금리의 두 얼굴…부자엔 ‘귤’ 서민엔 ‘탱자’
뉴스종합| 2017-05-15 11:20
춘추시대 제(齊)나라 명재상 안영(安)이 쓴 안자춘추(晏子春秋)에 귤화위지(橘化爲枳) 고사가 있다.

“귤이 강남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강북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들었다.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정책을 택했다. 시중에 돈을 풀어 자산가격 하락을 막고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에서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등장했다. 과연 사상 초유의 저금리 정책이 경제를 얼마나 살렸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엇갈린다. 그런데 저금리와 함께 ‘양극화’ 우려가 커진 데에는 대부분이 동의할 듯 하다. 둘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떠나 두 상황이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저금리가 부자에게는 ‘귤’이라면 서민에게는 ‘탱자’일 수 있다. 10억원 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5억원의 빚(금리 연 3%)을 내 5억원짜리 자산에 투자했다고 치자. 집값은 2%, 투자한 자산가격은 5% 올랐다면, 이자비용(1500만원)을 뺀 평가이익은 4350만원이다. 또다른 경우는 5억원짜리 집을 3억원의 빚을 내서 산 경우다. 같은 수준으로 집값이 올랐다면 이자(900만원)를 뺀 평가이익은 100만원이다.

부채비율은 전자가 50%, 후자는 60%로 별 차이가 없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35%와 0.5%로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실제 상황에서 차이는 이보다 더 크다. 저금리에서는 현금보다 실물자산 가치가 주로 더 오른다. 실제 국내는 물론 전세계 주요국의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실물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력이 중요하다. 그나마 빚이라도 내 집을 산 사람을 자산가격 상승에 동참할 기회라도 있다. 전·월세만 전전했다면 부동산 가격상승 여파로 세 부담만 늘었을 뿐 자산을 불릴 기회에는 아예 참여하지 못한 셈이 된다.

이제 세계적 흐름은 금리인하 같은 통화정책 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재정정책을 강화하자는 쪽이다. 재정정책은 통화정책과 달리 선택적, 선별적 시행이 가능해 양극화 부작용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저금리를 통한 투자유도가 아니라, 소득증대를 통한 소비확대가 지금의 경제에는 정답이다. 소득이 늘면 정부 세입도 늘어 재정지출 여력이 더 커진다. 선순환 구조다.

사실 경제성장을 얘기하면서 저금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은 아이러니다. 금리를 올려야 한다기 보다는 금리를 올릴 수 있어야 한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3월말 현재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들 가운데 절반 이상(56.6%)이 ‘노후 준비가 미비하다’고 응답했다. 물론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야겠지만, 금리가 웬만큼은 돼야 의미있는 수준의 이자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금리를 떨어뜨려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기대했던 정책은 사실상 실패인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확충과 소득확대를 경제정책의 최우선에 둔다고 한다. 새 정부의 정책이 펌프(pump)로 작용해 서민이 소득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금리가 오르는 분수효과(fountain effect)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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