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영남·호남의 기운, 충북 영동에 다 있다
기사입력 2017-05-16 11:37 작게 크게
-박연 선생 고향 영동, 삼도 모인 화합터
기네스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큰북 ‘천고’
박연 선생이 피리를 배웠다는 ‘옥계폭포’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한 전설의 ‘강선대’

민주지산은 ‘국민 통합’ 키워드와 딱맞아

충북 영동(永同)은 중부ㆍ영남ㆍ호남의 지세가 한데 모이는 한국의 무게중심이다. 파란만장 대한민국 2017년 5월의 키워드와 시대정신이 영동에 집결했다.

세종대왕의 스승이자, 예술 인문학의 거두인 난계 박연 선생 탄생지, 영동군 심천에는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 크기의 북, 천고(天鼓)가 요즘 매일 울린다. 국민 누구든 북채를 잡고 새 희망을 두들길 수 있다.

‘민주주의’를 꿈꾼다면 남서쪽 상촌면의 민주지산(1241m)에 오르고, 중부-영호남 3개 도가 한데 모인 바로 옆 삼도봉를 내려다 보며 화합을 다짐하자. 국민이 천고를 울렸으니, 명(命)을 받은 위정자는 동서와 노소로 갈린 국론의 틈새에 새 살을 돋게해야 할 것이다.

복숭아꽃(매력), 배꽃(위로)에 이어 꽃잔디(희생), 데이지(순수), 팬지(사랑)가 장식한 영동의 5월은 신라-백제의 치열한 경쟁의 흔적, 노근리 학살의 상처를 아량과 신록으로 덮은 채, 새로운 희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중부-영남-호남지방을 한데 모으는 민주지산의 삼도봉이 화합을, 월류봉이 행복과 힐링을, 박연(옥계)폭포가 양성평등을 가르치는 충북 영동은 국민의 감정을 정화해주고, ‘더불어 함께 사는 조건’들을 일깨운다. 사진은 동양화 처럼 펼쳐진 월류봉의 정자.


풍악은 박연(1378~1458)의 후예들이 울렸다.

나라에 새 기운이 움튼 5월 중순, 심천면 국악체험촌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북 ‘천고’를 만났다. 14세기 심천면 고당리의 한 노파가 손자의 과거 급제를 기원하며 밤낮으로 치성을 드렸는데, 백일째 되는날 신령이 내려와 커다란 북을 마당에 내려놓고는 “동 트기 전 세 번 두드리며 소원을 말하면 이뤄지리라”하고 사라졌는데, 세번 두들기고 깨보니 꿈이었다. 손자는 과거에 급제해 금의환향한다. 바로 박연 선생이다.

세종 이도(李) 보다 열아홉살 위인 난계는 그를 어릴적 부터 가르치며 성군의 자질을 심었다. “음악가가 무슨 임금의 종합 교과 스승이냐”라고 한다면, 과문한 탓이다. 난계는 장관급인 홍문관,예문관의 대제학에 오르는 인문학, 정치학의 거두이기도 하다.

천고의 소리는 청명하고 웅장하다. 희망을 담아 두드리면 감동 어린 공명이 온몸을 휘감는다. 2009년 7월부터 소나무 원목 2만4000재(15t 트럭 4대 분량), 40여 마리 소 가죽을 사용해 북통 지름 6.4m, 무게 7t으로 14개월만에 완성했다. 3타에 3000원. ‘음악계의 피라미드’를 몸소 접하고, 기네스급 희망을 실어 보내는 감동에 비하면 매우 싸다.

국악 체험실에 가면 100여종의 국악기를 구경하거나 연주해 볼 수 있다. 어렵지 않다. 가야금 30분만 배우면 ‘떴다 떴다 비행기’ 노래를 연주할 수 있다. ‘난계’ 보다는 ‘박연’으로 이름 붙였더라면 국민이 더 친근하게 느낄 것 같다.

박연 선생이 피리를 배운 곳이라 박연폭포로도 불리는 옥계폭포는 체험촌에서 차로 5분도 안걸린다. 건강과 생명의 상징이다. 단전 마을에서 내려오던 물이 이곳에 이르러 30m 낙차로 떨어진다. 바위가 폭포수를 동그랗게 감싸고 초록빛을 더해가는 5월 중순의 싱그러운 초목이 거센 옥계의 물소리에 춤을 춘다. 여성들은 희망을 기원하고, 남성들은 여풍당당 폭포 앞에서 겸손과 양성평등, 화합의 마음을 곧추세우는 곳이다. 불굴의 의지와 건강의 상징이기도 하다. 폭포 윗 마을에는 ‘단전(丹田)호흡 명상센터’가 있고, 아름다움의 상징인 난초가 폭포 주변 바위틈을 비집고 나와 기어코 피어난다.

심천면에서 금강상류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양산면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강선대를 만난다. 아름다운 곳이기에 신라와 백제의 다툼이 치열했고, 태종무열왕 김춘추도 이곳 전투에서 사위를 잃었다. 강선대는 금강가에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오롯이 서 있는 육각정자로, 노송과 어울려 고상한 멋을 연출한다. 일제가 터 좋은 이곳의 기(氣)를 없애려 했다는 말도 들린다. 강선대 맞은편엔 여의정, 근처에 비봉산, 봉황대, 함벽정과 야영하기 좋은 송호관광지가 절경선물세트 처럼 모여있다.

인근 영국사에는 둘레 11.5m인 1000여년 된 은행나무가 기상을 뽐낸다. 고려 공민왕이 호국의 기도를 올린 곳이다. 찾아오는 손님마다 “영국사는 있는데 미국사는 없느냐”고 묻는데, 차제에 영동군이 영국 문화도시 에딘버러와 자매결연이라도 해야 할 모양이다.

북동쪽 황간에 가면, 월류봉을 사이에 두고, 북쪽엔 세조가 몸을 씻어 병을 치료했다는 석천 가장자리 소(沼)와 80m 바위절벽 위에 있는 반야사 문수전이, 남쪽엔 노근리 학살터 쌍굴다리와 평화공원이 자리한다.

황간면 한천8경의 으뜸인 월류봉은 금강 상류로 합류하는 석천 앞에 두고 여섯개 봉우리가 울릉도 송곳산 모양으로 솟아있다. 강변으로 뻗어나온 월류봉의 새끼 봉우리 위엔 월류정이 놓여 한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달님이 쉬어간다는 뜻의 이 봉우리에 보름달이라도 걸리면, 화룡점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후 1박2일 여행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일봉에서 오봉까지 오르락 내리락 가쁜 숨 몰아쉬며 내달린 정상에서, 어느덧 육십즈음 오륙봉을 향하려니, 둥근 달은 넌즈시, 더 올라 뭐하려고…’ 영동 시인 신영균은 월류봉의 아름다움을 완전정복에서 찾지말라며 겸손을 가르친다.

남쪽 노근리 쌍굴다리에 이르면 가슴이 아프다. 의심이 양민 희생으로 이어진 동맹국 간 학살 현장이다. 참여정부때 이뤄진 보상 191억원을 모두 기념공원 조성비로 헌납한 유족의 마음이 고귀하다. 확인사살 당하지 않으려 울음보 터진 아기를 강물에 던져 수장시켰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들리는 가운데 학살 당시 미군 총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후빈다. 새 정부는 과거의 아픔으로 아직 고통받는 국민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점을 쌍굴다리는 말하고 있다.

민주지산(岷周之山)은 남쪽 용화면과 상촌면에 걸쳐져 있다. 사실 민주지산은 민주주의와 한글 발음만 같을 뿐 연관되는 것은 없다. 민주지산의 산세가 ‘민두름(밋밋의 사투리)’해서 민두름산으로 부르다 일제때 한자 표기화 과정에서 뚜렷한 의미 없이 붙인 것이다.

대동여지도는 이 위치를 백운산으로 적고 있다. 백운산으로의 복원도 좋겠다. 다만, 이곳의 키워드가 통합, 국민건강, 안전이라는 점을 확인하면, 2017년형 민주주의와 맥락이 닿는다.


민주지산에 속해있는 삼도봉은 상촌면과 전북 무주군 설천면, 경북 김천시 부항면의 경계이다. 석기봉에서 보면 능선이 어렴풋이 3등분돼 있다. 이 곳 자연휴양림은 고로쇠나무, 소나무, 참나무, 때죽나무 등이 자생해 풍부한 피톤치드를 발산한다. 숙박, 치유, 명상시설과 5.2㎞의 치유숲길을 갖췄다. 등산로 곳곳에는 철길 모양으로 얽은 나무길, 고무바닥길 등 등산객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시설이 세심하게 갖춰져 있다.

영동군의 모토는 일곱색깔 무지개 즉 레인보우이다. 영동의 청정자연, 스토리, 박연의 풍악을 체험하고 나면, 비갠 후 무지개빛 희망, 다양성, 균형감, 이질적인 것의 통합이라는 가치를 덤으로 배울 수 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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