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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여백과 여유가 있는 야구경기
기사입력 2017-05-17 11:26 작게 크게

프로 야구가 개막 후 달포가 지나면서 정상을 향한 경쟁의 꼴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KIA, LG, NC가 선두권에 서 있고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팀이 4위부터 8위까지 촘촘하게 붙어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 라이온스가 축 쳐져있는 것을 제외하면 숨 막히는 레이스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 보인다. 지금부터 가을까지 야구가 점점 더 재미있어 질 것이다.

야구는 묘한 성격을 지닌 경기이다. 빠름과 느림, 치열함과 느긋함 그리고 긴장과 이완이 씨줄과 날줄같이 엉켜 게임이 진행된다. 짧은 내야 안타에 타자가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가 하면 사사구를 얻으면 천천히 일루로 걸어가기도 한다.(요즈음은 규정이 바뀌어 뛰어 가지만). 홈런으로 장쾌함을 선사하지만 내야안타로 출루하기도 한다. 투수가 던지는 공도 시속 150킬로를 넘는 것이 있지만 100킬로 내외의 느린 변화구도 통하는 곳이다.

축구나 농구 등 다른 구기 종목의 경우 늘 빠르게 쉼 없이 전개되지만 야구는 프레스토로 진행되다가 라르고로 바뀌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런 전개 과정을 보는 것이 야구 관정의 참맛이 아닌지 생각한다. 그러나 야구의 묘미는 여유와 여백을 듬뿍 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치열한 경기가 펼쳐져도 공수교대의 시간이 있고 파울 풀라이를 친 후, 원활한 진행을 위해 경기장 작업을 하는 등 경기가 정지되기도 한다. 이런 것은 사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일 뿐 끝난 것은 아니다. 이런 것 외에도 야구장엔 볼거리가 많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알아챘겠지만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는 팀은 번트를 대지 않고 도루도 삼가기도 한다. 경기 중 집단 몸싸움이 일어나면(벤치 클리어링) 모든 선수들이 다 뛰어나와 겨루기도 한다. 홈런을 친 후 절제된 방법으로 기쁨을 표현하기도 한다. 자기 팀 선수가 타석에서 투수 공에 맞게 되면 다음 투수가 상대 팀에게 위협구를 던지기도 한다. 우락부락한 마쵸의 모습을 연출하지만 동시에 상대 팀을 배려하는 세심함도 보이는 것이 야구 경기이고 또 재미다.

이런 것들이 우연히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소위 야구 불문율(The unwritten rules of baseball)에 다 명기되어 있다. 야구에서 불문율은 에티켓, 아름다운 전통 그리고 자칫 소홀하기 쉬운 스포츠맨십을 강조하여 멋있는 게임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지켜져 오고 있다. 야구의 불문율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1905년 존 부러쉬라는 뉴욕 자이언트 구단주가 월드 시리즈를 앞두고 만든 것이 처음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 후 야구 불문율은 덧대어 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분명한 것은 긴 페넌트 레이스를 펼치는 각 팀이 신사도를 지키면서 대결하는 멋진 야구장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경쟁과 대결이 불가피한 것이 우리네 삶이지만 조금 비켜서면 평화로운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 배려와 상호 존중을 딛고 사회는 성숙한다. 야구경기를 통해 여유와 여백의 맛을 알고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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