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고소영이 드라마 ‘완벽한 아내’를 보내는 방법
엔터테인먼트| 2017-05-18 06:30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다음 작품은 뭐든지 좋아요. 럭셔리 캐릭터도 괜찮아요. 코미디도 좋고요. 10년만에 나와 블링블링하고 예쁜 척 하면 ‘쟤 뭐야’ 할 것 같았어요.”

고소영(45)이 최근 종영한 ‘완벽한 아내’를 택한 것은 자신의 입장이기도 한 아줌마가 주인공이고, 독립적인 여성상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평범한 아줌마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을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심재복 캐릭터를 연기했다. 잊었던 여성성을 회복하고 삶의 새로운 희망과 사랑을 되찾는 결말이다. 드라마가 초반에는 줌마미코(아줌마+미스터리+코미디)라는 복합장르적 성격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막장스러운 사건 전개의 연속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초기의 씩씩한 재복이의 개연성을 지키지 못하고, 사건사고가 나오니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장점도 많았어요. 원래 가정을 지키는 이야기인데, 심재복이 20세기에 불륜을 저지르는 구정희(윤상현)에게 매달리는 것도 그렇고, 강봉구(성준)와 달달한 사랑을 하는 것도 안될 것 같아 좀 답답한 면은 있었어요. 집안은 이미 풍비박산 났잖아요.”

이런 말들은 자기가 출연한 드라마를 ‘디스’하는 게 아니었다.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분석이었고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발전 방안에 관한 의견이었다. 배우란 캐릭터가 이해되어야 연기가 제대로 된다. 기계적인 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연기 말이다.


흔히 주연을 맡은 배우가 그 드라마에 대해 비판을 하면 제 얼굴에 침뱉기라며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마무리 인터뷰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런 인터뷰는 무늬만 인터뷰가 되기 쉽다.

하지만 고소영은 형식적인 인터뷰가 아니라, 드라마의 본질과 실체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그러다보니 드라마를 비판하는 의견도 내놨다. 드라마와 캐릭터의 단점을 모두 덮어버리는 것보다 캐릭터와 전개과정에 대한 분석과 의견 개진이 다음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도 참고와 공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고소영이 왜 자연스럽게 연기가 흘러가는지를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만했다.

고소영은 드라마가 중반에 이르자 조여정(이은희)이 부각되고 있는데도 오버하지 않고 페이스를 지켰다. “한 쪽이 강한 캐릭터인데 나마저 ‘쎈 캐(릭터)’로 나오면 안되죠”라는 것.

“이은희는 잘 만들어진 캐릭터죠. 악역이 이유 있다면 그건 이길수 없어요. 첩의 자식이고 학대를 받은 조여정이 저는 무섭다기보다는 불쌍했어요.”

고소영은 “8회쯤에 재복이가 은희 집에 함께 있는 게 어색했지만 은희가 깔아놓은 판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나오면 끝난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라고 전했다.

“구정희와도 가정을 지키는 결말이었는데,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잖아요. 저는 성준과 커플로 맺어지는 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기네스 펠트로가 ‘우리는 이혼하지만 부모고 가족이다’는 유명한 말이 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헤어졌는데 가족은 무슨 가족이지 했지만 크리스마스에 모여 가족여행 가는 것까지 이해됐어요.”

그러면서 고소영은 성준과 키스신도 있었지만, 상황과 감정 발전 등을 감안해 둘 간의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끌고갔다고 했다.

“10년만에 컴백해 대박은 아니지만 나름 만족해요. 거리감 없고 편안하게 활동하는 게 목표인데, 조금 달성한 것 같아요. 엄마로서 화려한 이미지나, 배우로서라기보다는 셀럽 분위기가 있었는데, 아줌마인 제가 이걸 잘 워밍해서 캐릭터로 몰입해서인지 자신감이 생겨요. 전 재복이가 좋아요.”

고소영은 “바람에 휩쓸리지 않게 오뚜기 같은 엄마, 엄마는 강해야 하고 억척스럽다는 표현이 싫었어요”라면서 “심재복은 뭔가 대인배, 큰 사람 느낌이 나죠”라고 했다.

“이번에 여러 장르를 다해본 것 같아요. 복합장르인데 나혼자 멜로, 스릴러, 공포도 하며 기싸움도 하고 산전수전공중전 다 거치면서 재미는 있었는데 심재복 입장에서 보면 울아통이 터지기도 했어요. 심재복이 무슨 죄에요? 구정희(윤상현)를 만나면 집착을 안하고 드라이 하게 연기해야되나 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촬영장 나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이런 것들이 밑걸음이 될 날이 오겠죠.”

고소영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에너지가 없어지고 자세도 구부정해졌지만. 최근 운동을 하고 드라마도 출연하면서 체형도 고쳐졌다고 한다.

“애를 키우는 강박때문인지 아이가 유치원 가면 뒹굴뒹굴하게 되요. 아이의 간식으로 뭘 챙길까를 생각하죠.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도 가지고 싶어요. 피아노(학원)도 아이와 함께 다닐 거에요. ”

고소영은 최근 드라마 ‘도깨비’에서 삶과 죽음, 사후세계까지 다루면서 두렵지만 유쾌하고 트렌디하지만 깊이 있는 걸 담아 감명깊게 봤다고 했다. 그는 “올내로 영화나 드라마를 빨리 더 하고 싶다”고 차기작 계획을 설명했다.

wp@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