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가 알렉시예비치, “공산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려 증언 문학 고수“
기사입력 2017-05-19 13:37 작게 크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21세기에 미국이 주도하던 시대는 저물었고, 중국 일본 한국 같은 새로운 곳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눈으로 확인한다는 건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입니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의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8)가 대산문화재단이 마련한 ‘세계문학포럼’(23~25일) 참석차 방한,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전 날, 프랑스에서 ‘알렉시예비치 사망’ 가짜뉴스로 해프닝을 겪은 알렉시예비치는 19일 광화문 교보문고빌딩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일이 많아 개의치 않는다”고 느긋하게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수많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그의 독특한 문학스타일인 ‘증언 문학’‘목소리 문학’을 고수해오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알렉시예비치는 ‘목소리 소설’을 쓰는 이유로 40여년 소련시절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소박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공산주의의 민낯이 어떤지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련의 지난 공산주의 40여년은 ‘붉은 유토피아’라고 부르고 싶은 시대라며,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시들지 않았고,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작은 사람들’이라 불렀다. 영웅이나 유명인 대신 이들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들이 주로 국가의 이용대상이었기 때문이란 것.

“이들의 역사는 간과되기 쉽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는 그는 “작지만 큰 고난을 겪어낸 큰 사람들”이라고 고쳐 불렀다.

그가 하나의 작품을 쓰기 위해 인터뷰하는 사람은 200~500명 정도, 이들을 인터뷰하고 가닥을 잡고 작품을 완성하기 까지 5년에서 10년이란 기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로부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얘기를 듣고 기록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간단치 않다. 그는 이 과정을 인터뷰라기 보다 그들의 인생, 일상 등 삶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긴 과정에서 중심축으로 삼고 글을 쓰는 유일한 원칙은 ‘진실’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한반도는 북핵 위협에 처해 있다. 차라리 전쟁을 하는게 낫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몇 달 전에 후쿠시마에 간 적이 있다. 체르노빌과 상황이 똑같았다. 소련에서와 마찬가지로 후쿠시마도 국가가 사람들로부터 진실을 가리려고 했다. 핵은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다, 예전의 세계대전은 10여년만에 끝나지만 핵은 수만년에 걸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체르노빌 사태 때 방사능이 4년만에 아프리카까지 퍼졌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나라 아닌가? 방사능이 물과 공기의 형태로 퍼져 있다고 생각한다.전쟁에서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전쟁 자체는 살인이다.

-인터뷰이로부터 속마음을 끌어내는 특별한 방식이 있다면?

=속마음을 끌어내는 특별한 기법은 없다. 인터뷰란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그들을 만나 삶의 대화를 나눈다는 게 정확하다, 전쟁얘기만 물어보는게 아니다, 그들의 인생에 대해서, 일상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노벨상을 비롯 유럽문학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는데, 문학대가가 된 듯한 그런 심정으로 가지 않았다. 동시대의 일원으로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증인으로서 참석했다. 책을 쓴 이유가 독자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한 게 아니다, 저와 동등한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알리는데 더 흥미를 느낀다.

-수십년동안 이런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동력은?

=다른 직업에 비해서 쉬운 직업은 아니지만 더 힘든 직업도 많다.소아암 전문의는 저에 비해 심리적으로 훨씬 더 힘들거라 생각한다. ‘아연 소년들’을 쓰기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가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말렸다. 그런데 저는 러시아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갈 수 있다면 당연히 가서 내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이념 속에서 산 작은 사람들은 42년동안 저술의 주제였다. 앞으로 사랑을 주제로 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사랑의 주제가 좋아서라기 보다, 공산주의에 대해 충분히 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체첸사태라면, 이젠 체첸에 가지 않을 거다. 전쟁에 대한 저의 시각을 충분이 담아냈고 그 생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비극을 담애낼 문학적 조언을 한다면?

=비극적 상황을 증언하는 장르는 쉬운 장르가 아니다. 저널리즘 쪽 지식 뿐아니라 사회학적인 접근방식, 성직자와 같은 접근 방식 등 일종의 철학자 같은 포지션이 필요하다. 뻔한 비극이 되지 않는 길이다.

-증언문학 속에서 시적인 아름다움을 어떻게 성취했나

=인간의 끔찍한 삶만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그런 일은 세상에 넘친다. 저술의 목적은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좀 더 강건하게 해주기 위해써 쓰는 것이다. 공포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제 책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체르노빌의 목소리’에서 남편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온 뒤 끔찍하게 죽는 모습이 나오는데 아내가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함께 담아냈다. 책을 쓸 때 미학적 요소를 많이 고려하고 있다.

-소설 ‘아연 소년들’이 법정 다툼까지 갔는데, 그 내용을 모두 책 부록으로 실은 의도는?

=10여년 동안 러시아 병사들이 100만명 정도의 아프가니스탄 주민을 죽였다. 소년병사들은 집으로 돌아온 뒤 주민들 죽인 얘기를 하지 않았다. 매스미디어 보도하지 않았다. 제가 보고 느낀 건 아프가니스탄 병사는 살인자란 사실이었다. 참전자들도 인정했습다.그런 내용을 쓰니 관료 ,군인들이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유가족들에게 소송을 하라고 부추긴 것이다. 법정에서의 모든 내용을 부록으로 남긴 건 소련 사회상을 적나라하하게 보여주자는 목적에서였다. 법정에서 나왔던 내용을 보면, 페레스트로이카가 왜 성공으로 끝나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소련시절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레드 코뮤니즘의 세대가 지금도 살고 있다. 전체주의시대 살았던 사람들이 과연 무엇을 얻은 것인가가 이 책의 주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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