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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거꾸로 가는 법인세…세계는 인하중
뉴스종합| 2017-05-23 11:22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밝힌 자신의 공약들을 실현하기 위하여 세입 개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는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최고세율 인상 등의 방안을 제시했는데,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매년 35조 6000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현재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의 인상까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법인세는 국제적으로 하향평준화되고 있는 추세다. 경제혁렵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30.2%에서 2017년 22.5%로 낮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를 내린 회원국이 28개 국가에 달했기 때문이다. 법인세의 하향평준화는 국내자본의 유출을 막고 외국투자를 유인하려는 국제적인 조세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법인세를 인상한 국가는 그리스, 칠레, 헝가리 등 6개국으로, 이들은 과도한 국가채무비율로 인해 재정위기에 빠진 나라들이다. 게다가, 우리와 경쟁관계인 아시아 주변국 대만과 싱가포르의 법인세율도 각각 17%로, 22%인 우리나라보다 낮다.

법인세 인하라는 국제적인 흐름은 현실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다. 최근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기업들의 해외이탈을 막기 위해 2020년까지 법인세율을 15%로 인하할 것을 표명했다. 독일은 지난 2008년 25%에서 15%로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이처럼 선진국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하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미국 트럼프 정부도 지난 4월 26일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인하한다는 세제개혁안을 발표했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데 반해, 법인세 수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2%로 OECD 평균(2.9%)보다 낮았다. 미국 기업들이 높은 법인세를 피해 저(低)세율 국가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미국에서 발생한 수익을 해외지사로 이전하는 조세 전략을 실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 미국을 벗어난 기업이 50개에 달하고 미국 기업들의 해외유보소득은 2조 6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면 일자리 창출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경쟁력을 잃은 법인세제를 개혁하려 한 것이다.

기업의 성장은 국가의 경제성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법인세는 기업의 국내외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므로 법인세 인상은 기업은 물론 국가의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법인세 인하를 통해 국내기업의 해외이탈을 막으면서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인해 경제성장을 꾀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만 법인세 인상을 논하고 있으니,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적인 법인세 인하 경쟁의 흐름과 글로벌 경기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법인세 인상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OECD의 연구도 사회복지지출을 위한 법인세 인상은 경제적 왜곡 효과가 크고, 경제성장을 저하하는 등 부정적이므로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세수(稅收)확보가 목적이라면 법인세 인하로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경제 활력을 높여 기업 및 가계의 소득 증가가 세수입의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법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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