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반
도부철도 ‘사무라이 루트’ 세계유산 기행
라이프| 2017-05-24 14:25
日 전국ㆍ에도시대 400년의 시간여행
아름다운 풍광 속 전쟁과 평화 이야기
‘울지않는 새’ 어쩔까…휴양지도 밀집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쌀을 찧고, 하시바(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반죽한 일본이라는 떡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힘 안 들이고 먹었다.’

일본 중세~근세를 이끈 세 영웅의 특징과 천하를 쥐는 과정은 울지 않는 새를 울리는 방법론의 차이에서 잘 드러난다.

힘을 앞세워 하나씩 하나씩 정복해 나가다 결국 도요토미 세력의 기습에 당해 통일을 코앞에 두고 실패한 오다는 ‘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고 한다.

130여년의 전국시대를 끝내고 천하를 통일했지만 통일 일본을 지탱할 힘을 갖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도요토미는 ‘새가 올지 않으면, 잘 울 수 있게 달랜다’고 한다.

종 살이를 마다하지 않으며 기회를 노리다 도요토미가 죽은 뒤 손쉽게 일본 천하를 손에 넣은 도쿠가와는 ‘새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15세기 중엽부터 19세기 중엽에 이르는 400여년의 일본사(史)는 사무라이 군웅 간 흥망성쇠의 역사이다.

[사진=류주폭포]

■전쟁과 평화의 400년 유산

경쟁과 평화가 교차한 시기답게, 치열함과 평온함의 문화가 다채롭게 꽃핀다. 일본 전국시대, 에도시대을 생동감있게 감상할 400년의 시간여행, ‘사무라이 루트’가 새롭게 개척됐다. 그들의 숨결을 따라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살펴보는 철도 여행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철도회사 중 하나인 도부철도는 역사 유적과 스토리가 많은, 길고 짧은 노선을 묶어 ‘사무라이 루트’를 만들어 한국인 손님들에게 구애의 손길을 뻗었다.

관광은 에도 시대가 시작된 1600년대초 첫 쇼군으로 등장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쓰’를 모시는 ‘닛코 도쇼구’신사, 사무라이들의 생활 문화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역참 마을인 오우치주쿠, 1800년대 후반 결국 에도 시대의 막을 내리게 한 치열한 내전이 벌어졌었던 쓰루가조성 등을 돌아보는 일정이다.

관광객들은 이 여행을 통해 지금도 일본의 정치,경제, 사회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사무라이 역사와 문화의 실체에 접근하고 일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도부철도는 ‘사무라이 루트’ 관광을 위해 신형 특별급행열차를 투입했다. ‘레바티’라는 이름의 이 특급열차는 지난 4월21일부터 첫 운행을 시작한 신형이다. 전 객차에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또 모든 좌석에 전원공급 장치를 설치했다.

■세계유산 기행…세마리 원숭이의 교훈

도부철도 ‘사무라이 루트’의 일본 역사문화 여행은 아사쿠사의 ‘센소지 사원’에서 출발한다. ‘센소지 사원’은 수백년 전인 에도 시대에 만들어져, 현재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센터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센소지 사원의 정문에서 본관건물까지 이어진 거리를 ‘나카미세’ 거리라고 하는데, 이 거리를 따라 전통적인 일본 여행상품과 과자류 등을 파는 상점들이 많이 있어서 관광객들의 쇼핑을 돕는다.

이어 관광객들은 센소지 사원에서 가까운 아사쿠사역에서 도부열차를 타고 ‘도부닛코’역으로 간다. 가는 길에도부닛코역에 내리면 관광객들은 ‘세계유산 투어’ 버스를 타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닛코의 신사와 사원들을 둘러보게 된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세계유산 ‘닛코도쇼구 신사’이다. 이 신사는 에도막부시대의 첫번째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쓰’를 모시고 있는데, 이 지역은 정말 볼 만하다.

지난 4년간 진행되었던 보수공사를 마치고 금년 3월에 다시 오픈하여 과거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재현한 이 신사에서 관광객들이 만나는 첫번째 볼거리는 호화찬란한 ‘요메이몬’ 게이트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감탄하는 것은 닛코도쇼구 신사의 기둥들에 섬세하게 새겨진 다양한 부조 이미지들이다. 그 중에서도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부조 이미지는 “악한 것을 보거나 듣거나 말하지 않는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3마리의 원숭이 부조다. 일본의 생활교육 문화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에도 시대의 정치,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면서도, 또한 자연 경관이 빼어난 것으로 일본에서도 유명하다. 관광객들은 언제든지 도부 버스를 타고 닛코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오쿠니토 지역으로 갈 수 있다.

■류주폭포수와 꽃, 3중주 4색 시청각 하모니

이로하자쿠 노선을 거쳐 가파른 커브길을 지나면 류주 폭포를 만난다. (사진) 5월말부터 6월초까지 진달래과 꽃들이 류주 폭포 주변을 가득 채운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시청각 힐링이다. 도부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주젠지호수를 지나고 난타이산과 넓은 습지를 통과하는 하이킹 코스를 지나간다. 이러한 여정에서 관광객들을 또한 닛코 지역의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첫날 일정을 마치고 관광객들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리조트호텔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닛코 카나야 호텔에서 묵게 된다. (사진) 고풍스러운 이 호텔의 분위기는 관광객들이 수백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마치 에도 시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튿날 도부철도 ‘사무라이 루트’는 관광명한, 에도 시대 당시 역참마을 중의 하나인 ‘오우치주쿠’로 간다. 에도 시대에 이 장소는 아이주와 닛코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다이묘영주들을 위한 역참 마을 역할을 했다.

다이묘 영주들은 에도시대에 쇼군을 직접 보좌하는 강력한 사무라이들이었다. 관광객들은 길거리를 따라 일렬로 지어진 초가집들과 에도 시대 생활상, 당시의 일본 도시 풍경 등을 볼 수 있다. 

[사진=쓰루가조성]


■아름다움 속에 숨은 전쟁의 아픔, 쓰루가조성

여행의 후반부 그 유명한 ‘쓰루가조’성을 만나게 된다. 쓰루가조성은 성자체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사무라이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바로 쓰루가조성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려는 신정부 세력과 에도 구 세력인 막부를 보호하려는 이전의 막부 세력들간의 ‘보신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것이다. 여기서 신정부 세력이 전쟁을 이겼고, 그것이 일본의 근대화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막부편에서 마지막까지 싸웠던 ‘비야코타이’ 충성파들과 그들의 비극적인 스토리는 오늘까지도 잘 알려져 있다.

일부는 ‘메이지 유신’을 권력을 도쿠가와에게 거저 넘겨주다 시피 한 채 오랜 세월 숨죽여 지내던 히데요시 세력이 외세의 힘을 빌어 260년만에 대반격을 펼친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사무라이 루트’는 일본의 전통적인 섬세한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충분하게 준다. 가는 곳곳마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먹거리를 만나게 된다.

닛코의 소바면은 닛코산의 고원지역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물로 만들어지고, 닛코의 전통식품인 유바(두부껍질)는 대두로 만든 두유를 끓여 만든 것이다. 닛코토쇼구 사원 가까이에 있는 ‘닛코 유바-마키젠’에서 유바를 사용한 2160엔짜리 오리지널 닛코 유바 마끼를 맛볼 수 있다.


[사진=닛코의 먹거리]

■먹거리와 기념품

오우치주쿠에서는 초가집들을 따라 식당과 기념품 상가들이 있는데, 여기서 관광객들은 젓가락 대신에 그린양파를 사용해서 먹는 ‘네기 소바’를 맛볼 수 있다.

쓰루가조성의 북쪽에 있는 상점인 ‘쓰루가조 카이칸’에서는 기념품과 아이주 지역의 사케를 판매한다. 쌀이 생산되는 지역인 아이주는 그 지역의 다양한 사케를 관광객들에게 제공한다. 사케는 맛이 은은하면서도 살짝 단 맛이 나며 식감이 부드러워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또 ‘쓰루가조 카이칸 안쪽에 있는 일본 과자점 ‘코이케 카시호’에서 특별하게 쪄낸, 수수와 찰진 쌀로 만든 수수 덤플링을 맛볼 수 있다.

에도시대인 1848년에 세워진 ‘나가토야’라고 불리는 상점은 아이주에서 나는 일본호두를 고급 두부껍질로 싸고 그 표면을 흑설탕으로 덮어 만든 ‘카구노키노미’를 판매한다. ‘카구노키노미’는 2016년에 G7 국가의 지도자들이 모였던 이세시마 정상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간식으로 제공됐고, ‘최고의 월드클래스 기념품 콘테스트’에서 선정되기도 했던 제품이다.

‘타오란’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상점은 라면처럼 생겼으나 푸딩케익인 ‘키타카타 라멘 푸딩’을 판매한다. 스프는 차 무스로 만들어 졌고, 면은 마롱크림으로 만들어졌으며, 구운 돼지고기는 쵸콜릿와 함께 만들어 졌다. 정말 참을 수 없는 맛을 가진 케익이다. 이 상점은 아이주 와카마쓰역의 동쪽 출구에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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