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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사태 공식 사과하겠다” 이대 명예회복 나선 김혜숙 총장
뉴스종합| 2017-05-26 11:16
교수행동 주도…첫 직선제 선출
“마음의 상처 학생들 심리치료”

“학생들은 물론 교수ㆍ직원ㆍ동창 등이 고르게 지지해주리라고는 기대도 못했습니다. 이화여대 구성원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확인한 만큼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26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혜숙(63ㆍ여·사진) 신임 총장은 인터뷰 내내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뒤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명문 사학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한다는 비장함이 묻어있었다.

김 총장이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점은 바로 땅에 떨어진 이화여대의 명예회복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김혜숙 신임 이화여대 총장이 이화여대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지난해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을 둘러씬 갈등으로 인해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본관 건물을 점거하며 시작됐던 ‘이화여대 학내분규 사태’는 물론, 최순실(61ㆍ여ㆍ구속) 씨의 딸 정유라(21ㆍ여) 씨에 대한 특혜 비리로 전임 최경희 총장과 학장 등 다수의 교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을 겪어왔다.

김 총장은 “지난 일을 겪으면서 발생한 교수ㆍ학생ㆍ직원ㆍ동창 등 학내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외부적으로 표출됐던만큼 이를 잘 추스르는 것이 급선무”라며 “본관 점거 당시 경찰의 진압 등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학생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과 동시에 ‘부총장 샤넬백 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부패 문제 등을 근절해 학내 구성원들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곧 귀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라 씨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아물어가는 이화여대 구성원들의 상처가 다시 한 번 덧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김 총장은 걱정했다. 김 총장은 “아직 학교 차원에서 단 한 번도 정유라 특혜 비리에 대한 공식 사과를 한 적이 없는 것은 문제”라며 “취임 후 최우선적으로 총장 명의의 공식 사과를 함으로써 책임있는 자세로 잘못된 과거와 단절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총장이 그리는 새로운 이화여대의 모습은 자유분방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이 살아있는 대학이다. 김 총장은 “지난 이대사태 당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나서 변화를 이끌어 내는 모습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며 “이화여대 역시 중앙집권적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펼쳐지던 행정에서 탈피해 새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는 다른 형태의 실험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김 총장은 전공이나 과목의 특성에 따라 상대평가의 비중을 줄이고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도를 평가의 잣대로 삼는 절대평가(PASS-FAIL) 과목을 늘리는 방안도 구상에 넣어두고 있다.

한편, 김 총장은 ‘비주류 총장’ 탄생에 대한 우려의 시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지난 이화여대 사태 당시 김 총장은 전체 교수들의 15% 가량이 참가한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으로서 학생들의 편에 서 교수행동을 주도하며 이사회와 최 전 총장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그동안 주요 보직이나 위원회 등에 참여하지 않다보니 행정 경험이 없다고 공격하는 사람도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봤을 때 야당 당수같아 보였을 수도 있다”며 “이화여대의 오늘날이 있기까지 이사회가 한 많은 공로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함께 학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총장은 “창학 이래 최초의 직선 총장이자 구성원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선출된 것의 의미를 한시도 잊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성을 추구하는 대학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세계 최대의 여자대학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윤·박로명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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