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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 책!] 타인의 슬픔에 공감할 준비, 되셨나요?
라이프| 2017-05-26 11:27
“긴 겨울의 끝에 봄이 온다.” 공선옥 작가가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를 추천하며 적은 한 문장입니다. 요즘 이 말을 곱씹게 됩니다. 촛불과 함께 긴 겨울이 지나갔고, 이제 정말 봄이 왔나 싶어서요. 벌써 여름이 지척에 있습니다. 어떤 여름이 될까요.

한 소년이 있습니다. 웃는 법을 모르는 소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이름은 선윤재입니다. 윤재는 엄마와 할머니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잘 모릅니다. 책의 표지에 그려진 무표정한 소년의 얼굴이 그런 윤재의 모습을 잘 보여 줍니다. 다른 사람들은 윤재를 ‘괴물’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정말 소년은 괴물이 되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동안 소년을 사랑해 준 가족들 덕분에, 또한 상처받은 다른 소년과 나눠 온 우정 덕분에, 윤재는 고통 속에서도 타인을 이해하는 감정을 점점 키워 나갑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지만 윤재는 엄마와 할머니의 사고 앞에서 질문을 던지고 또 던졌습니다. 그 남자는 왜 그랬을까. 텔레비전을 부수거나 거울을 깨뜨리지 않고 왜 사람을 죽인 걸까. 왜 더 늦기 전에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을까. 왜.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을 때 우리는 슬픔, 분노, 후회 같은 똑떨어지는 감정으로부터 어느 정도 멀어져 오히려 붕 뜬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윤재의 일인칭 시점으로 담담히 서술된 소설 ‘아몬드’는 그런 면에서 더 가깝고 진실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고, 그럼에도 이해와 공감이란 우리를 사람답게 지탱해 주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감정을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라 오히려 더 슬프고 먹먹하게 느껴진다는 감상을 전했습니다.

공선옥 작가의 추천의 글 전문은 이렇습니다. “‘아몬드’는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나 같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소설이다. 어쩌면 현대라는 사회가 집단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처럼 죽음과도 같은 성장통을 겪어 내야만 감정의 시대가 뿜어내는 향기를 우리가 맡을 수 있을지도. 그러나 긴 겨울의 끝에 봄이 온다. 봄이면 식물이 자란다. 식물이 자라듯 감정도 자라고, 감정이 자라면 세상도 자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동안 가슴이 내내 두근거렸던 것은 다가오는 봄에는 내 감정과 네 감정이 스파크를 일으켜 꽃잔치든 뭐든 필시 아름다운 폭죽 하나쯤은 터지고 말리라는 예감이 들었던 때문이리라.”

공선옥 작가의 예감이 맞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혐오와 증오가 쏟아지는 사회가 아니라, 아픔을 겪는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회로 바꿔 나가기 위해서, 소설 ‘아몬드’를 한번 읽어 보시면 어떨까요.

덧붙이자면 ‘아몬드’는 영화감독 출신인 손원평 작가의 첫 책입니다. 매혹적인 문체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 덕분에 흡인력이 엄청납니다. “넘어가는 책장이 아까운 기분을 몇 년만에 느꼈다.” “주인공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자인 내 감정은 요동쳤다.” “매력적인 문체에 한 번 반하고, 빠른 전개에 두 번 반했다.” 독자들의 호평이 끊이지 않는 이 책의 매력을 모두들 느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창비 청소년출판부 정소영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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