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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제로’ 산 넘어 산 ①] “정규직 전환이요? 그걸 원하는건 아닌데…”
뉴스종합| 2017-05-28 09:31
-유통업 특성상 비정규직 축소 곤란
-일부선 “일부러 시간제 근무 선택”
-고용 안정 좋지만 경영 현실 감안을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 “유통업계의 경우에는 설이나 추석처럼 명절 대목에는 일손이 모자라서 단기근로자를 채용하는데 특정 기간에만 필요하다보니 비정규직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정부정책에 따라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이 된다면 일손은 필요한데 무작정 채용을 하기도 어렵고…그렇다고 유통업 특성상 비정규직 근로자를 무작정 줄이기는 곤란” (한 유통업계 관계자 김모씨)


#. “사정에 맞게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상황인데…일괄적인 정규직화를 통해 고용형태의 다양성과 유연성이 훼손될 수도 있는거 아닌지…. 사실 주부나 학생 근로자가 많은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본인들 스스로 정규직 채용을 피하고 시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제 근무를 택하곤 하잖아요.” (비정규직 프리랜서 장모씨)

이처럼 업계마다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무작정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외식ㆍ유통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와 함께 민간부문 일자리 50만개 창출, 비정규직 임금 차별 해소,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향후 유통업체를 비롯한 식품ㆍ외식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협력회사 정규직 근로자가 백화점 매장에서 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크게 보면 이들도 파견 근로자 범주에 들어갈 수 있어 정부가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댈 경우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2016년 연매출 1조원 이상 식품업체 상장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당수 식품업체가 2015년에 비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ㆍ무기계약직)가 늘어나고 단시간 근로자를 포함한 기간제 근로자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계 1조클럽 기업 중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낮은 기업으로는 SPC삼립과 오뚜기가 대표적이다. SPC삼립은 지난해 전체 근로자 1393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1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뚜기는 2015년에 비해 기간제 근로자가 늘어났지만 비중이 1%(전체 3081명 중 31명)가 채 안됐다. 또 지난해 매출 14조원을 기록한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직원 5122명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가 124명으로 2.4% 정도였으나 지난해에는 5396명 중 105명으로 1.9% 수준까지 떨어졌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비정규직 비중이 2015년 15.6%에서 지난해에는 7%를 기록했다. 롯데제과도 같은 기간 비정규직 비중이 10.9%에서 8.4%로, 롯데푸드 역시 6.4%에서 5.8%로 하락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3년간 1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신세계푸드는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2010년도 들어 2015년까지 비정규직 수 ‘0’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806명(전체 직원 4749명)으로 급증하면서 비중이 17%까지 치솟았다. 이는 신세계푸드가 단체급식 사업부문에서 기존 파견고용 형태를 전환하면서 계약직 근로자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단체급식을 수주하면 통상 기간이 1~2년 단위인 데 따른 것으로 업종의 특수성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용시장 안정도 중요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 경영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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