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차 하루도 못쓰고 과로하다 숨진 법원행정처 직원… 法 “업무상재해”
뉴스종합| 2017-05-29 06:32
재판부 “과로와 스트레스에 기존 고혈압 겹쳐 심근경색 사망”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2년 9개월 간 하루도 연차를 쓰지 못하고 과로하다 돌연사한 법원공무원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숨진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 A(당시 47세) 씨의 아내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 보상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추석 대체공휴일이었던 지난 2015년 9월 29일 행정처 동료들과 등산을 하다 쓰러졌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지급을 거절했다. 유족은 결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유족은 재판에서 “A씨가 재무담당관으로 부임한 이후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려왔고 이로 인해 고혈압 증상이 악화돼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며 업무상재해를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가 숨질 당시 4급 공무원(서기관) 신분이었던 점이 변수였다. 4급 이상의 공무원은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대상자가 아니라 초과ㆍ주말 근무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공단은 “근무 상황을 확인할 자료가 없어 A씨가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A씨가 고혈압 치료제를 일정기간 복용하지 않는 등 건강관리를 소홀히했고, 직원들의 업무를 단순히 결재하는 역할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볼 수 없다”고 공단 측은 부연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약 2년 9개월 동안 재무 담당관으로 근무하며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기존 질환인 고혈압과 겹쳐 유발된 동맥경화가 악화돼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A씨의 초과 근무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A씨와 함께 근무했던 재무담당관실 직원들의 증언을 종합해 그가 숨지기 직전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A씨가 평소 오전 8시께 출근해 오후 9시 이후에 퇴근한 점 ▷숨지기 직전인 2015년 6월 이후부터는 거의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한 점 ▷부임 이후 단 하루도 연차를 사용하지 않은 점 ▷2015년 행정처의 세입세출액이 급격히 늘어 A씨의 업무가 가중된 점 등을 들어 A씨의 업무량이 과중했다고 봤다.

또 A씨가 수시로 대법원장 등을 찾아가 보고해야 했고 퇴근 후 자신을 찾는 전화에 대비하고 있어야 했던 점 등을 들어 업무상 스트레스도 상당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부임한 후부터 정기적으로 고혈압진료를 받고 치료제도 복용했으며, 과중한 업무로 운동시간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전에는 주 2회 정도 꾸준히 운동하는 등 고혈압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 사망이 업무상재해라고 판단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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