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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박정희 영웅 만들어줘…10·26 없었다면 더 비참”
뉴스종합| 2017-05-29 06:42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인 안동일 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이 계획적이었으며 ‘민주주의’에 물꼬를 터줬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29일 조선일보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26 사태가 없었다면 더욱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안 씨는 김재규의 암살이 계획적이라고 밝혔다. 안 씨는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오래 품어온 박정희 제거 계획을 실행했다고 본다. 뒷받침할 만한 물적 정황적 증거가 있었다. 1979년 봄부터 썼던 ‘자유민주주의’ ‘위대의(爲大義)’ ‘민주민권자유평등’ 같은 휘호 6점도 그중 하나다. 그날 밤 결행하기 전 김재규는 만찬장에서 잠깐 나와 박선호(의전과장)와 박흥주(수행비서)에게 준비시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하여’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김재규가 그러나 오판한 점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안 씨는 “유신(維新)의 심장인 박정희를 제거하면 전 국민이 자신을 ‘혁명가’로 추앙하고 미국도 지지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어리석다고 해야 하나, 그는 착각했던 거다”라고 말했다.

김재규는 마지막까지 자신들과 함께 일을 계획한 부하들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자신이 시킨 일을 한 죄 밖에 없다며 강변했다. 안 씨는 “헤어질 때 그가 내 손을 잡으며 ‘부하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내 명령에 복종한 죄밖에 없다. 과거 일본에서도 부하들에게는 죄를 묻지 않은 관례가 있었다. 나보다는 그들을 위해 열심히 변론해달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재야 세력 안에도 유신체제 2인자인 김재규의 행위를 높이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이들이 있었다. ‘부마항쟁’이 확대돼 국민의 손에 의해 박정희가 쫓겨나게 해야 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재규의 역할은 분명히 있었다. 10·26 사건이 우리 사회의 큰 물꼬를 터준 게 사실이다”라고 부연했다.

특히 안 씨는 “김재규가 박정희를 ‘영웅’으로 만들어줬다고 본다. 만약 10·26이 없었다면 박정희의 말년은 정말 추하게 끝났을 것이다”라고 의미심장한 말도 매체를 통해 남겼다.

1980년 5월 24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김재규는 전년도 10월 26일 박선호·박흥주 등과 함께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시해 이틀 뒤 체포된 김재규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목적살인’였다. 재판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당시 김재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 동기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라고 진술을 남겼다. 김재규의 주장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그는 신군부 쿠데타 직후인 1980년 5월 20일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됐고, 4일 만인 5월 24일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당시 김재규에게 붙은 꼬리표는 ‘배신자’였다. 그러나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김재규에 대한 재조명 요구가 일었다. 김재규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우려한 과거 기록들이 하나둘 화제가 되면서다. 온라인상에서는 ‘김재규 다시보기’ 운동이 일어났다. 여전히 반론이 강하지만, 김재규의 10.26 배경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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