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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광장-정용덕 서울대 명예교수]문재인 행정부의 국정운영 스타일
부동산| 2017-05-29 11:11
역대 대통령의 집권 초 국정운영 지지도를 보면, 취임한 대통령에게는 전폭적인 지지로 격려를 보내왔다. 1987년 민주주의 이행 이후 유권자의 절반을 넘긴 당선자가 드물었지만 모두 취임 초에는 7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87%로 최고 기록 보유자인 김영삼 대통령(85%)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임자의 실정이나 부조리에 식상한 국민들은 대개 후임자에게서 반전(反轉)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닉슨 대통령의 권력욕에 지쳐 있던 미국인들이 카터라는 서민적이고 선량한 이미지의 인물을 선택하고 지지했던 것이 예다.

4년 후 그가 대(對) 이란 관계 등에서 보인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이미지에 실망한 나머지 레이건의 강력한 신보수 정권을 선택한 것은 또 다른 하나의 반전이다.

집권자들도 이러한 국민심리를 의식한 상징정치를 의도적으로 펴게 마련이다. ‘유신’과 ‘5공’ 15년을 끝내고 제6공화국을 시작한 노태우 대통령이 교수출신 노재봉 정치특보를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과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원탁에 둘러 앉아 회의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32년 만의 ‘문민정부’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밝은 베이지색 옷차림으로 다소 흔들흔들 걷는 역시 교수출신 이홍구 장관과 나란히 국무회의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공개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2주 동안 취한 개방적이고 친서민적인 행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만함과 비밀주의에 지친 국민들이 지금 위안을 받고 있는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에는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에 배태된 ‘권위주의’를 해체하려고 애쓴 점이 포함될 것이다. 그와 청와대에서 공유한 경험, 참담했던 야인시절 그리고 그의 타고난 심성 등으로 인해 문 대통령은 한 단계 더, 그것도 자연스럽게 탈권위주의 행보를 이어갈 것이다.

상징정치는 물거품과도 같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탈권위주의가 제도화를 통해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제도화가 당면한 난제들을 풀어내고,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데에도 효과적일 수 있어야 한다.

탈권위주의 행보에 더해 문 대통령의 ‘탕평’ 인사도 지지도 상승에 한몫하고는 있다. 법정기구인 안보회의ㆍ국민경제자문회의ㆍ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정상화, 일자리위원회 등 현안 타개용 조직신설 등도 긍정적이다. 물론 아직 국무총리 국회 인준과 이에따른 국무위원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청와대 조직개편과 비서진ㆍ행정각료 인사 등에서 드러나는 특성을 보면 과연 문 행정부가 내각중심의 국정운영을 제도화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청와대 조직을 키우고 그곳에 가장 신뢰하는 인물들을 배치하고, 행정부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사실상 ‘내부내각’으로 활용하는 이 국정운영 시스템은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제도화된 것이다.

정책이 성공하면 청와대로 돌리고, 실패하면 총리와 장관들을 ‘방탄조끼’로 교체하는 이 시스템의 병폐 하나는 ‘권한과 책임의 일치’ 원리에 어긋나는 점이다.

민주주의 이행 이후 7차례 대통령이 바뀌고 3차례 정권교체까지 있었으나 ‘박정희 모델’의 경로의존성(path-dependency)은 지속될 염려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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