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장에서] 그들이 사는 세상
뉴스종합| 2017-06-20 11:13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숭의초등학교 앞. 이 학교 정문 앞은 등교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기척조차 찾을 수 없었다. 정문을 통과하는 각종 고급 수입차들과 노란색 스쿨버스만 보일 뿐이었다. 문 앞을 지키는 경비원의 말에 따르면 학생 대부분이 차량에서 내리지않고 학교 건물 앞까지 가다보니 그렇다는 것이었다. 교문 앞에서 선생님들은 물론 같은반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가방을 맨 채 웃고 떠들며 걸어 들어가는 여느 초등학생의 등교길을 예상했던 기자는 적지않게 당황했다.

유명 사립학교인 숭의초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대기업 총수 손자와 유명 연예인 아들을 봐줬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피해자 학생 부모들의 주장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에게 이불을 씌운 채 플라스틱 야구 방망이 등으로 폭행하는 것을 넘어 물비누를 강제로 먹였다고 한다.

숭의초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화해ㆍ사과 권고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특히, 교육청에 보고한 학교측의 입장은 “심한 장난 수준이며, 학교폭력으로 볼 사안은 아니다”였다. 교육부가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학교폭력 유형으로 “장난을 빙자한 꼬집기, 때리기, 힘껏 밀치는 행동 등도 상대 학생이 폭력행위로 인식한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신체폭력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를 두고 숭의초 홈페이지에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한다’고 적힌 자랑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소위 ‘있는 집 아이들’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사립초 자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개 시ㆍ도교육청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해보니 전국 사립초 가운데 9곳의 1년 학비가 1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이 비싼 학비를 내면서까지 이들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것은 남보다 우월한 교육환경에서 자녀들이 자랄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당 학부모들이 원하는 더 나은 교육환경이 ‘사립초등학교’에 있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을까. 영어교육이 금지된 초등 1~2학년부터 법을 어겨서라도 ‘영어몰입교육’을 시키고, 어려서부터 화려한 인맥을 만들어주는데만 몰입하는 사이, 잃고 있는 것은 없는지 말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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