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실손보험료 강제인하에 보험업계 ‘부글부글
뉴스종합| 2017-06-23 10:02
국정위 “서민 힘들다. 내려라”
보험사 적자로 병원 배불려야
비급여ㆍ과잉진료 대책 절실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정부의 실손의료보험료 인하 법안 추진에 보험업계는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이다. 그동안 실손보험료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비급여 표준화와 과잉 진료에 대한 대책은 없이 정부가 보험료 인하만 강제해서다. ‘보험가격 자율화’ 조치를 2년도 안돼 폐지하면서 실손보험정책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번복된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정자문기획위원회는 실손보험료 인하를 위해 올 하반기에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을 연계하는 법안을 만들기로 했다.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던 실손보험료 가격자율화 방침도 폐지해 35%인 현행 인상폭 제한을 2015년 수준인 25%로 되돌리기로했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료를 낮춰 서민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과잉진료로 손해율이 높은 상품이다. 보험금이 새는 곳부터 막아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가격부터 내리자는 식”이라면서 “국정위가 선거 공약인 보험료 인하 때문에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보험사를 옥죄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3년 123.0%, 2014년 131.2%, 2015년 129.0%, 2016년 120.8% 등 줄곧 100%를 넘어섰다. 손해율이 100%가 넘으면 받은 돈보다 지급한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에 11개 손보사들은 올해 실손보험 보험료를 평균 19.5% 올렸다.

손해율 급등과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은 줄곧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금융당국이 2009년 10월 실손보험표준화 방안을 시작으로 수차례 상품을 손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실손보험을 건드릴 때마다 자기부담금 비율이 올라가고 보험료 갱신기간도 1년으로 빨라졌다.

급기야 올해 4월 기본형과 특약을 분리한 새로운 실손이 나왔다. 새 실손은 손해율이 높은 보장을 특약으로 분리해 보험료를 최대 35%까지 낮췄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은 미미했다.

보험업계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한 어떠한 대책도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비급여코드 표준화, 비급여진료 수가 표준화, 전문기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비급여 심사체계 마련 등 의료계 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인사는 “도수치료와 같은 비급여는 표준화가 안돼 병원에 따라 많게는 70배까지 의료비 차이가 난다”면서 “비급여 표준화 없이 보험료만 강제 인하하게 되면 보험사들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손해율을 만회하려하고 결국 소비자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도 최근 보험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실손보험료 인하를 위해 과잉진료ㆍ의료쇼핑의 근본적 해법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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