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리인상, 유가하락에 발목 잡히나
뉴스종합| 2017-06-23 10:25
40달러선 위태..베어마켓 진입
구조적 공급과잉, 장기화될 수

2% 근접하던 물가상승율 제동
각국 중앙은행 금리정상화 차질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42달러대까지 하락하자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정상적 저금리로부터의 ‘탈출 작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악재이기 때문이다. 유가는 물가와 직결된다. 금리정상화를 예고한 한국은행도 저물가가 계속되면 작전 개시 시기를 늦출 수 밖에 없다.

23일 오피넷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이 지난 21일(현지시각) 42.53달러까지 하락했다. 다음 날 42.74달러로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공급과잉 구조를 깨뜨릴 만한 재료가 없다. 우리 경제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중동산 두바이유(Dubai)도 같은 날 배럴당 44.32달러까지 하락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원유시장이 이미 약세장(bear market,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황)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했다.


원유시장의 약세장 진입은 각국 중앙은행들에게는 심각한 숙제다. 미국이 경기회복의 자신감으로 금리 정상화에 나서자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기 시작했었다. 24일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되는 BIS 연차총회에서도 금리 인상이 주요 의제로 알려졌다.

그런데 유가가 전망치를 밑돌면 각국의 물가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 금리 인상 명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미 금리 인상을 시작한 미국에서도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최근 물가 상승률이 부진한 데에 우려를 표명했다.

뉴욕의 애널리스트들은 “유가가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인다면 물가 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분석 자료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유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 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 물가지수가 두달 연속 하락하며 102.26까지 떨어졌다. 수출ㆍ수입물가 역시 지난 5월 각각 1%와 1.4% 하락했다. ‘물가안정 목표제’를 주요 통화정책으로 운용하고 있는 한국은행 입장에선 금리 인상 명분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는 2%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인 저금리로 부동산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등 경제의 불균형이 부동산 부문에 쌓이게 됐고,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며 “금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물가가 목표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자고 나서기가 사실 어렵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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