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유물유적
[피플 & 스토리-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소 고문서 연구실장 ②] 전문인력 없고 예산부족…기탁 고문서 5만점 사장 위기
라이프| 2017-06-23 11:31
생생한 역사의 기록…디지털화 시급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정문을 들어서면 왼편 벽에 고문서 기탁자들의 이름이 줄 맞춰 새겨져 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문서를 이곳에 기탁한 이들이다. 고문서 기탁은 최근들어 크게 늘고 있다. 집안에서 보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고문서 기탁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97년 공식 제도화하기 이전부터 문화서비스 차원에서 시행돼왔다. 그렇게 기탇받아 연구용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게 5만점이고, 받아놓고도 보존처리 전문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대기상태인 게 5만점이다.


안 실장은 “아직 손을 못대고 있는 이런 고문서들을 빨리 정보화해서 한국학 연구의 자료로 쓸 수 있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기증 및 기탁된 자료는 우선 연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목록화, 보존처리, 이미지화 등 일련의 작업이 이뤄진다.

1차 작업은 자료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분류하기. 이어 훼손이 심하거나 사료적으로 중요한 자료는 ‘보존과학팀’을 주축으로 과학적인 보존처리 작업을 실시하게 된다. 목록 및 보존처리가 완료된 자료는 자료의 열람과 연구지원을 위해 마이크로 필름 및 컬러 디지털 이미지 촬영이 이어지고 이용하기 쉽도록 문중별, 소장처별로 분류된다. 일반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는 작업이다.

안승준 고문서연구실장이 자료정리에서 그동안 주안점을 둔 것은 초서의 정서화 작업이다. 우리나라 고문서의 대부분은 초서로 쓰여있기 때문에 이를 줄줄 읽어 내용을 요약해낼 수 있는 이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안 실장은 고전정보화실장이었을 때 서체인식사전을 만들었다. 사람 인(人)과, 어질 인(仁)을 구분하고, 각 저술가들의 글씨를 판독할 수 있는 인공지능사전이다. 150만점을 수집했지만 더는 이어지지 못했다.

고문서는 왕조실록못지 않게 중요하다. 민간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생한 기록이다. 디지털화 작업이 시급한 이유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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