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어디 가도 비슷”...똑같아진 은행들
뉴스종합| 2017-06-26 09:28
간판 떼면 구별 어려워
규제산업. 새도전 제약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자산가 A씨는 B은행의 오랜 고객이다. 상가 투자를 하려고 부동산자문 서비스로 유명한 C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바꾸려했다. 그런데 B은행에도 최근 부동산 자문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연락이 왔다. A씨는 굳이 은행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결론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주택대출’ ‘외환’ ‘기업 여신’ 등 저마다 색깔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은행마다 서비스가 거의 비슷해졌다. ‘간판’을 떼면 어떤인지 헷갈릴 정도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소상공인 지원센터, 창업 아카데미 등을 경쟁적으로 만들었다.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아직 직접적인 대출규제가 없는데다 새 정부의 태도가 온정적이다 보니 가계대출을 대신할 수익 창출원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KB금융이 지난해 소상공인 지원센터를 금융권 최초로 개소하자 신한은행도 자영업 사관학교를 열었고, 우리은행은 프랜차이즈 창업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신용보증기금 등과 협약을 맺고 대출 지원에 나섰다.

PB센터 수익성이 정체 현상을 보이자 은행권은 하나같이 부동산 연계 서비스와 연예인ㆍ스포츠스타 등 특화 자산관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한은행이 대한상공회의소에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열었다고 공개하자 국민은행이 PB센터내 부동산 자문센터 입주 및 부동산 종합 플랫폼을 오픈했다. 우리은행이 강남센터 내에 부동산 컨설팅 센터를 만들면서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의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셀럽센터를 개설하자 하나은행은 스포츠스타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PB 전담팀을 개설하며 맞불을 놓았다.

은행권 서비스도 특허청에 BM(비즈니스모델) 특허를 내거나 은행연합회에 우선판매권을 신청하면 서비스나 상품의 독창성 정도에 따라 최대 6개월간 판매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례는 지난 2001년 이후 15년간 불과 7건에 불과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베끼기가 쉬워 경쟁사의 신상품에 대해 시장이 형성되는지 살펴보고 시장진입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라며 “규제산업이어서 새로 시도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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