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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러스트벨트 현상’을 막아라
기사입력 2017-06-26 11:30 작게 크게

‘러스트벨트(Rust Belt)’는 캐나다와 미국 사이에 있는 5대호 연안의 전통 공업지대다. 이 지역은 100년이 훨씬 넘도록 자동차,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고, 미국 국력의 상징이자 세계 제조업의 메카였던 곳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값싸고 품질 좋은 외국 제품이 넘쳐나면서 차츰 활기를 잃었다.

전통적 산업도시 디트로이트, 피츠버그의 공장들은 벌써 20여년 황량한 폐허로 방치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 지역의 재건을 약속하는 선거공약으로 백인 노동자층의 표심을 사로잡아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전통적인 제조업 밀집지역의 몰락이 미국만의 현상일까? 19세기 서유럽의 산업혁명 이후 거의 모든 제조업은 대량생산과 원가경쟁력을 추구하기 위해 값싼 용지와 낮은 인건비를 찾아 움직였다. 국제분업이란 이름의 경영 세계화가 시작된 것이다. 자본과 기업은 국경을 넘나들었고,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자 그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1960년대 후반 뒤늦게 산업화에 뛰어든 한국은 조선, 철강, 기계, 자동차 등 중화학공업의 발전과 함께 성공적인 산업국가로 도약했다. 세계적인 호황기와 맞물려서 서울과 인천을 잇는 경인공업지대는 우리의 경제신화를 만들었고 인구집중과 도시화는 부수적으로 따라왔다. 수출거점이던 마산, 울산, 거제, 여수 같은 지방도시도 제조업 전성기를 누렸다.

그런데 최근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보면 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역별로 산업비중과 지역총생산(GRDP)의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산업단지인 인천 남동산단 반월시화단 등 서해안벨트와 대구 울산 창원 구미 등 산단 인접지역은 산업비중에 비해 지역총생산 비중이 낮은 경우가 많다. 또 배후지역의 인구감소 추세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판 러스트벨트’란 우려가 고개를 처든다.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리에게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먼저, 스마트공장 도입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하다. 기존 제조라인에 사물인터넷기술(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는 게 시급하다. 정교한 생산프로세스를 구축한다면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에 다품종 소량생산도 효율적으로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한 전문인력 육성만 수반되면 급한 불은 끌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도시 인근의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리모델링, 고급 연구개발단지와 스타트업 시험생산기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근무환경과 정주여건을 개선하면 어렵잖게 제조공장 단지를 과학기술기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봉제 등 경공업 수출기지였던 구로공단이 디지털단지로 전환된 게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면서도 정치의 영향을 덜 받는 곳에 ‘제2의 개성공단’을 조성하는 것이다. 중국의 동북3성과 러시아 연해주 지역이 후보지로 고려될 수 있다. 3국 접경지역에서 생산기반을 구축하면 당장 생존이 급한 우리 중소 제조업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볼 수 있다. 나아가 산업협력을 통한 남북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도 지난 20여년 전통 제조업의 혁신을 끊임없이 추진했지만 러스트벨트로의 전락을 막진 못했다. 우리나라 일부지역에서 심상찮은 낌새를 보이는 러스트벨트화를 막기 위해선 지금 과감하고도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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