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있냐’ 묻자 ‘비참하다’고 답해
뉴스종합| 2017-06-27 17:32
-檢,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진술조서 공개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존재를 인정한 것” 해석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의 강제모금 의혹 보도가 터져나온 뒤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의 존재를 묻는 참모들에게 “비참하다”고 말했다는 청와대 관계자 진술이 공개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 씨의 뇌물수수 혐의 공판에서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검찰 신문조서를 공개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검찰이 공개한 김 전 수석의 조서를 보면, 그는 지난해 10월 12일 청와대에서 미르재단 강제모금 의혹보도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 측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회의를 했다. 당시 김 전 수석과 박 전 대통령, 우병우(50) 전 민정수석 비서관, 안종범(58) 전 정책조정수석이 한 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모은 경위를 설명하며 “기업인들과 만나 윈윈하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김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에게 “비선실세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곧장 “비참하다”고 답했다. 김 전 수석이 “(최 씨가) 호가호위하는게 맞느냐”고 고쳐 묻자 박 전 대통령은 “그 사람이 한 일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김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비선실세가 있긴 있나보다’하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김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 반대로 비선실세의 존재와 재단 모금 과정 등에 대해 사실대로 밝힐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수석은 “국민들에게 최 씨의 존재를 밝혀야하는 것 아니냐”고 건의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검찰에서 설명했다. 그는 또 “안 전 수석에게 ‘박 전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독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장자료에 그 이야기를 담아야한다고 말했지만,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이 완강히 반대한다’며 걱정했다”고 부연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참모들이 문제를 제기한 적도 있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김 전 수석은 검찰에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전임자인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 안 전 수석에게 미르재단이 과거 ‘일해재단’처럼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어 이 전 실장으로부터 “대통령이 미르재단에 대해 별 문제 없다며 알아볼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김 전 수석의 조서가 공개되자 즉각 반발했다. 유 변호사는 “검사는 삼성 뇌물 혐의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관계를 입증한다고 주장했지만, 조서 어디에도 삼성 뇌물과 관련 공모관계에 대한 진술이 없다”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비참하다고 말한 것은 ‘최서원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이 비참하다는 것”이라며 “비선실세를 인정하는게 비참하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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