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장관 자리가 흥정 도구로 전락한 우리 정치판 현실
뉴스종합| 2017-07-14 11:12
문재인 정부의 장관 자리가 수난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도덕성이나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더니 급기야 정치거래의 도구로 전락한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문 대통령은 13일 자진사퇴 형식을 통해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카드’를 버렸다. 그러나 동반 퇴진 논란에 휩싸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은 강행했다. 극명하게 갈린 두 후보자의 운명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왜 조 후보자는 안되고, 송 장관은 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인사 난맥으로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내려는 문 대통령의 고민은 모르는 바 아니다. 당면 최대 현안인 일자리 추경을 확보하고, 새 정부 출범의 틀이 될 정부조직법 처리 등 국회의 협조를 얻을 일이 산더미다. 그러려면 이만한 출혈은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할 만하다. 이날 아침까지만해도 문 대통령은 “인사는 인사대로, 추경은 추경대로 논의해 달라”고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인사에 관한 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단호했다. 그런데 오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난 뒤 상황이 급반전했고, 곧바로 조 후보자의 낙마 발표가 나왔다. 조 후보자는 추경을 얻어내는 마중물로 쓰이고는 버려진 것이다.

대통령 직을 수행하다보면 정치권의 협조는 필수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정치적 거래는 불가피하다. 기존 장관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있으면 하차하기 일쑤인데 후보자 낙마는 그에 비하면 한결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 그리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정부 정책 일선의 최고 책임자인 장관 자리를 그렇게 가벼이 봐선 안되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 낙마와 송 장관 임명건도 마찬가지다. 조 후보자는 음주 운전 등의 문제로, 송 장관은 방산업체와의 유착 등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는 중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야당의 반대는 송 장관 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송 장관을 택했다. 하지만 그 기준에 대해선 아무 언급이 없다. 여권 내부에서는 “조 후보자는 대체 인물이 있지만 송 장관은 후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란 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듣기 민망할 뿐이다. 장관을 정치흥정의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데 부처를 제대로 통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 말할 것 없이 장관 인선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한번 뽑은 장관은 정권과 운명을 함께한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정부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