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靑 300종 캐비닛 문건 발견… 재판 증거채택 두고 공방 불가피
뉴스종합| 2017-07-17 10:42
-권력 감시해야 할 민정실, 대통령 지시에 무기력
-삼성 재판에도 영향… 증거능력 인정 여부 다툴 듯


[헤럴드경제=좌영길 고도예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설 작성된 문서 300 건이 발견되면서 공직기강 감시 시스템이 무기력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자료들은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17일 자신의 공판에 출석하면서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캐비닛 문건 존재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에 “언론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내용인지 알수 없다”고 답했다. 발견된 문건은 2014~2015년 사이에 작성됐다.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일한 기간과 겹친다.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2014~2015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이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그대로 활용’, ‘경영권 승계를 위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건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 더 기여하는 방안 모색’ 등의 문구가 기재됐다. 청와대가 공무를 수행하면서 불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감시해야 할 민정수석실이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이 문건 사본을 검찰에 제출했다. 청와대는 언론 발표와 사본 제출이 불법이라는 지적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 기록물을 불법으로 발표한 것이라는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박근혜 정부가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았고 비밀 표기를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비밀ㆍ지정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설령 대통령 지정기록물이라 하더라도 특검에 넘긴 문서가 복사본이라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작성자와 작성경위를 확인하는 과제는 검찰의 몫으로 남는다.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자료는 주로 작성자를 알 수 없는 회의용ㆍ보고용 문서로 알려졌다. 작성자와 보고 라인이 확인되면 검찰과 피고인 양측은 별다른 이의없이 증거채택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문건에 적혀있는 자필 메모에 대해서는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 직접 작성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건에는 우 전 수석의 전임자인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메모도 상당 부분 포함됐다. 하지만 김 전 수석이 작고했기 때문에 법정서 확인절차가 이뤄질 수 없어 증거능력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과 검찰이 민정수석실에 근무한 전ㆍ현직 파견 공무원들을 불러 문건의 작성자, 작성시점과 경위를 확인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이 원본이 아닌 사본이라는 점을 피고인 측에서 지적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원본을 추가확보해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문건을 제출받는 과정은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 법률에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했을 때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 사본을 봉하마을 사저로 무단반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오세빈 당시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을 토대로 전산자료를 압수한 바 있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민정수석실 공간을 재배치하면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집행 방안 등과 관련된 300여 건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한 뒤 사본을 특검에 제출했다.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자필 메모도 포함돼있다.

공개된 문건이 청와대의 조직적인 국정농단 개입을 확인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문건이 발견된 장소는 경제수석실이 아닌 검찰ㆍ경찰ㆍ국정원 등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민정수석실이다. 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확인할 단초가 될 수 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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