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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광장-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건설, 엔지니어링 강화에 희망 있다
뉴스종합| 2017-07-20 11:25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등 우리 건설사들이 지은 세계적 랜드마크들이다.

지난해 7월 세계적 권위의 건설ㆍ엔지니어링 분야 전문지 ENR이 꼽은 세계 225대 엔지니어링 기업 가운데 우리 기업은 단 12개뿐이다.

우리 손으로 지은 부르즈 칼리파의 설계자는 미국 회사다. 단순히 도급 위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다보니 건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성과는 매우 미흡하다.

실제로 2015년 기준 국내 건설기업들의 공사 부문 국제시장 점유율은 8.1%에 달하지만 건설 엔지니어링 부문은 2.4%에 불과하다.

해외 건설 시장은 그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인사이트(Global Insight, 2015)는 세계 인프라 분야 시장 규모의 지속적인 증가를 예상했다. 특히 아시아의 경우 2016년 약 1조 7000억 달러에서 2024년 약 3조 60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경기 침체와 사회기반시설(SOC) 사업 물량 축소 등이 엔지니어링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선진국형 산업 구조를 보더라도 더 이상 국내 물량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 건설 엔지니어링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생존전략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건설 엔지니어링 업체의 해외 진출을 돕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건설 엔지니어링 종합심사 낙찰제 시범사업’이다.

설계엔지니어링 입ㆍ낙찰 단계의 과정과 방법을 글로벌화 함으로써 해외 진출에 필요한 경험을 국내 시장에서 쌓게 하자는 취지다. 업체의 실적 및 기술자 보유 현황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던 기존과 달리, 사업에 참여하는 기술자들의 능력과 경험을 정성적으로 평가하여 평가 변별력을 강화했다.

지금까지의 제도에 비추어보면 평가 방식을 모두 바꾼 매우 전향적인 시도 였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 역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다행히 건 사후 설문조사 결과 긍정적인 의견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시범사업과 관련된 제도 변화는 첫 시도에 불과하고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 업체들의 해외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밖에도 다양한 제도를 적용한 시범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는데 큰 목적은 한결 같다. 보다 선진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그에 대한 우리 업체들의 적응력과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가 산업을 이끌어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지만, 산업 환경을 바꾸는 역할에는 아직도 정부의 몫이 크다. 여기에는 업계와 정부 간의 이해와 소통, 그리고 긍정적인 조언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업계는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는 그 기술을 글로벌 시장과 같은 환경, 같은 수준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다. 건설 엔지니어링 산업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정부와 업계, 그리고 건설 엔지니어 모두의 노력과 협력으로 해외 선진 업체들과 기술력과 수주 경쟁에 있어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시기가 곧 도래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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