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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구글 윈윈 전략, 반도체 재건-핵심부품 물량 확보
뉴스종합| 2017-07-26 11:05
- 구글, LG 중소형 디스플레이 미래 기술력 인정
- VR시장 발판, LG 시스템반도체 시장 공략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 LG디스플레이와 구글이 합심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래 먹거리 선점’이라는 공통 이해관계 속에 LG디스플레이와 구글이 VR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구동칩을 개발하는데 힘을 합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LG디스플레이는 국내에서 낙후된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 재건’의 불씨를 지핀다는 복안이고, 구글은 차세대 주력사업인 VR의 핵심 부품(마이크로디스플레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 LG 중소형 디스플레이 미래 기술력 인정
= 구글이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VR사업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LG디스플레이를 점찍은 것은 기술력에 대한 신뢰감과 안전한 물량 확보 차원에서다.

구글은 현재 VR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과 함께 쓸 수 있는 고글형 VR단말기 데이드림을 지난해 11월 발매한데 이어 올 연말까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기에 접속할 필요 없는 고글형 새 VR기기를 판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구글은 VR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올해 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 단말기는 전용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꽂을 필요가 없고, PC와 콘솔게임 기기에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이같은 VR기기의 핵심 부품은 마이크로디스플레이다. 특히 마이크로디스플레이의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구동칩 개발이 절실하다. 오랜 시간 배터리만으로 작동하는 웨어러블 기기의 전력 효율을 높이는 데 구동칩이 핵심 역할을 한다. LG디스플레이가 국내 최초로 구동칩 개발에 나선 점을 구글이 주목한 이유다. VR기기의 주요 기능을 담당할 안면 착용 디스플레이와 관련해 LG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력도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상태다.

아울러 구글은 VR용 디스플레이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받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OLED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패널은 대부분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다. 현재 VR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구글이 원하는 주문량을 맞추기엔 생산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VR용을 포함한 중ㆍ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에 10조원 규모를 투자키로 한 LG디스플레이의 생산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VR시장 발판, LG 시스템반도체 시장 공략= 업계에선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는 LG가 이번 구글의 투자를 계기로 반도체 사업의 재건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구동칩 개발 및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업체 실리콘웍스를 시스템반도체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 기지’로 삼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리콘웍스는 LG그룹 계열사다.

LG는 2014년 코멧네트워크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실리콘웍스 지분을 매입,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후 실리콘웍스를 그룹의 대표 반도체 업체로 키우기 위한 육성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2015년 초 LG 계열사 루셈의 대형 OLED 구동칩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이어 LG전자 시스템반도체(SIC)연구소 디스플레이 반도체 설계 부문을 흡수 통합했다. 작년 말에는 LG전자 SIC연구소장을 맡아 온 손보익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실리콘웍스 대표이사로 발령냈다.

현재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구동칩 외에도 스마트워치, 커넥티드 카에 탑재되는 시스템반도체 설계도 개발ㆍ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와 구글의 투자 협정이 완료되고, VR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구동칩 개발이 끝나면 실리콘웍스는 중ㆍ소형 OLED 구동칩 설계 분야로도 사업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LG 관계자는 “VR용 구동칩 개발이 산학협력 차원으로 진행 중이고 어느정도 마무리 단계에 온 것으로 안다”며 “LG디스플레이 제품에 들어가는 구동칩 등 반도체 설계는 실리콘웍스에서 일정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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