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은행 ‘대박실적’ 금융혁신의 디딤돌 돼야
뉴스종합| 2017-07-26 11:28
은행들의 깜짝 실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가계부채 1400조원 시대에 은행들이 자기 몫 챙기기에만 열중했다는 것이다. 일정 부분의 실적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적 호전을 탐욕의 결과로만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올 상반기 4조34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3.7%(1조948억원)나 늘어났다.

주된 원인은 순이자마진(NIM)의 회복이다. NIM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예대마진이 좋아진 것은 집단대출 관리 강화로 대출금리는 올라간 반면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예금금리는 제자리 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이자가 거의 없는 요구불 예금이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한다. 4대 시중은행만 1000조원에 육박한다. 자연발생적으로 예대마진이 늘어난 것이다. 그밖의 수익도 민영화와 계열사 인수, 충당금 등 일회성 요인들이 대부분이다. 신탁·펀드 자산 증가로 인해 늘어난 수수료 수익도 한 몫을 했다. 경영혁신이나 신상품으로 경쟁력이 높아져 늘어난 수익은 찾기 어렵다. 결국 금융환경이 변하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수익이란 얘기다.

지금의 깜짝 수익은 그런 금융혁신의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지금 수익이 좋다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의 리스크는 결코 작지 않다. 앞으로 더 커져간다. 은행들이 배당이나 인센티브를 통한 실적잔치를 벌이기보다는 미래를 대비한 금융혁신에 수익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빌 게이츠의 20여년 전 예견대로 ‘은행업은 필요하나 은행은 필요없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은행산업은 일대 변곡점에 서 있다. 몇년전부터 금융권을 강타한 ‘핀테크’(금융+ICT) 바람은 은행의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24년 만의 새로운 은행인 케이뱅크는 문을 연지 100일만에 40만 고객을 유치하고 이젠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영업범위를 확대할 움직임이다. 차별화된 캐릭터 상품을 공개한 카카오뱅크도 곧 출범한다.

금융당국의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폐지, 비대면 거래 허용 등은 ICT 기반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들의 출현을 불러오고 있다. 개인 간 대출(P2P), 크라우드 펀딩의 비약적 성장도 코 앞이다.은행들은 앞다퉈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하고 ‘손안의 은행’ 경쟁에 돌입했다.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대출이라는 전통의 틀 안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데 지금의 깜짝 수익이 디딤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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