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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老-老 부양, 의료파산…해법은 없나
라이프| 2017-07-27 11:15
“병원에 5년째 누워계신 하루하루가 자식 목줄을 조여옵니다. 이젠 남편도 정리해고 됐는데….”

“부모님 간병에, 노는 자식 부양에, 결혼한 게 후회돼요.”

“돈 없어 요양병원도 못가고 그 많은 의료비 충당하면서 자식들에게 폐 끼치기도 싫고 차라리….”

‘老-老 부양시대’, ‘의료파산시대’를 사는 2017년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단면이다. 이제 더이상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난 2015년 90세 이상 노인인구는 15만명을 넘어섰고 불과 10여년이 못돼 우리나라 65세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2015년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 기대수명은 남자 78,98세 여자 86,17세로 남녀 평균 82,06세이지만 이런 ‘기대수명’ 또는 ‘평균수명’은 통계학적인 개념이고 병원신세 안지고 제 몸 하나 건강하게 꾸려갈 수 있는 ‘건강수명’은 그보다 10여년이상 짧다.

노후 병원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6년 진료비통계지표를 토대로 65세 이후 총 진료비를 추산한 결과, 고령자 1인당 평균 81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각종 노인성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의료비와 간병비 등을 합산하면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노후자금 고갈은 물론 심할 경우 자손들의 가계재정도 파탄을 맞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른바 ‘유병(有病) 장수’ 시대에 자식들인 40~50대 중년층은 부모의 의료비ㆍ간병비를 가장 부담스러워한다. 최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40~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부모 부양이 어려운 원인으로 의료비·간병비 부담을 꼽은 응답자가 48.9%로 가장 많았다.

‘간병비’는 직접적인 치료비 못지않게 ‘의료파산’을 부르는 주요인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확대시행하고있는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는 하루 8만원수준으로 저소득층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어서 간병비 부담을 이기지못해 다니던 직장까지 관둬야 하는 ‘간병 실직’에까지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과도한 의료비와 간병비 지출로 인해 최소한 국민이 삶을 포기하는 일은 없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나름대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보다 20년 이상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병상상한제와 개호보험제도(우리나라의 요양보험과 유사)에서 해답을 찾았다. 병상 수를 줄여서 의료비 증가를 막고 개호보험제도를 확대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요양시설로 유도하고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도 집에서 간병이나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대부분 요양비를 국가가 책임지고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과도한 의료비를 낮추기로 했다. 특진비로 불리는 선택진료를 폐지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1인실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며 간호ㆍ간병 통합서비스를 확대해 하루 8만원 정도인 간병비를 4분의1 수준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비급여의 대표항목인 CT, MRI 비용 등의 급여화도 논의되고 있다고한다. 의료계의 일부 반발도 예상되지만 일반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k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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