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택배 상ㆍ하차 작업 중 뇌출혈 사망…法 “업무상 재해”
뉴스종합| 2017-07-28 09:19
-3인 1조 상ㆍ하차 혼자 도맡아…추석 연휴 물류량 증가도
-“업무시간 외 일의 강도와 스트레스 등 고려”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물류 상ㆍ하차 작업을 하다 쓰러져 뇌출혈로 숨진 직원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부산고법 행정2부(부장 손지호)는 화물운송 업체 직원 김모(당시 46)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2007년 2월부터 물류 상·하차 및 운송 업무에 종사했던 김 씨는 2014년 9월 물류 상차작업 중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김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뒤 뇌출혈로 사망했다.


물류 상ㆍ하차는 5톤 카고 트럭에 화물을 싣고 내리는 작업으로 통상 100kg 이상의 화물은 지게차를 이용하나 그 이하의 물건은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본래 3명이 1조가 돼 이뤄지지만 김 씨는 동료들의 퇴사로 사망 전 약 한 달간 주로 혼자서 작업했다. 야간에는 화물트럭을 운전했다.

김 씨는 주 6일간 근무하며 약 20분의 점심시간 외 별도의 휴게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특히 사망 전 몇 주 동안은 추석 연휴로 급격히 늘어난 물량 때문에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유족은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김 씨가 숨졌다’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유족은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김 씨의 사망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의 사망 전 12주일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50시간에 불과했다”며 “고용노동부에서 정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기준(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에 해당하지 않으며 사망 직전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같은 업무시간을 일했더라도 3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할 경우 일의 강도와 스트레스가 증가되기 때문에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등을 토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씨는 동료 직원의 사직과 일일 배송량 증가 등으로 인해 업무량이 늘어난 상태에서 지속적인 과로에 시달렸다”며 “이와 같이 중량물을 다루는 업무는 비교적 왜소한 체구의 망인에게 상당한 육체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경우 일시적인 혈압 및 혈류량의 증가가 발생하는데 김 씨가 상차작업 도중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도 중량물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설명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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