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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카페]시는 곧 은유…‘진짜 詩’만나러 가는 길
라이프| 2017-07-28 11:28
하루키의 장편소설 ‘기사단장죽이기’는 두 개의 메타포로 구성된다. 아마다 도모히코라는 유명 화가가 자신이 보고 체험한 시대의 비극을 한폭의 일본화로 그려 다락방에 숨겨놓은 그림 ‘기사단장죽이기’가 그 하나이며, 주인공이 자신 안에 도사린 악의 실체, 이중성을 드러낸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가 다른 하나다. 그림은 둘의 삶을 응축적으로 보여주는 메타포가 된다.

화가가 선과 색으로 삶과 내면을 응축적으로 보여준다면, 시인은 바라보는 모든 것, 사유의 웅덩이에서 길어올린 것들을 언어로 형상화한다. 시는 곧 은유다.


40년간 시와 함께 살아온 시인 장석주가 시에 관한 책, 바로 ‘은유의 힘’(다산책방)을 냈다. 시인은 우연인지 운명인지 시의 길로 들어섰지만 시가 무작정 좋았다고 말한다. “시를 쓰고 읽으며 향유하는 동안 나의 가난은 유복하고 내 영혼은 풍요를 누렸다”고 고백한다.

시인의 이 지극한 풍요로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시인은 그 비밀이 바로 시가 생성되는 핵심, 은유에 있다고 말한다.

“은유는 시의 숨결이고 심장 박동, 시의 알파이고 오메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바로 이 은유 때문에 시를 어려워한다. “비가 온다”라고 해도 될 것을 “하늘이 운다”고 쓰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상야릇한 은유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작용을 하며, 얼마나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지, 휘트먼, 릴케, 보르헤스, 브레히트, 김소월, 이상, 서정주, 윤동주, 황인숙 등 다양한 시를 통해 은유의 오묘한 세계로 이끈다.

“대상과 은유 사이가 벌어질수록 은유의 효과는 커진다”“시인은 다양성과 신성한 것의 중재자이자 그 열쇠다” “언어는 오성과 형상의 대체물이다”등 은유의 다채로운 맛, 깊고 넓은 세계를 그려나가는 시인의 설명 또한 은유로 가득차 있다. 시, 은유의 본질을 은유로 밖에 설명해낼 수 없음이다.

이병률 시인은 “수줍게 시를 쓰기 시작한 몇몇 어린 친구들에게 이 책만은 꼭 읽어야 한다고 권해야 겠다”고 추천사에 썼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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