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대통령-기업인 간담회, 정책에 반영안되면 무의미
뉴스종합| 2017-07-28 11:30
청와대에서 27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과의 간담회는 공언한 대로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파격적인 시작부터 그랬다. 문 대통령은 참석 기업인들과 생맥주 잔을 부딪치며 야구와 피자 등 맞춤형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든 격의없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잘 느껴진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도 노타이 차림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28일 이어질 2차 기업인과의 간담회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밥 먹고, 사진이나 찍는 과거의 형식적 간담회와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실제 오간 대화도 비교적 내용이 있었던 모양이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업의 입장과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전하며 소통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행사 직후 임원회의를 소집해 대화 내용을 공유하며 “대통령이 기업별 애로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개된 자리에서 밝히는 소감이라 속내를 다 말하기는 어려웠겠지만 대체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말 이전과 다른 간담회란 소리를 들으려면 참석 기업인들이 전하는 현안과 애로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날만 해도 ‘서비스산업 육성(손경식 CJ회장’,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 완화(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태양광 국내 입지 규제 해소(금춘수 한화 회장)’, ‘주요 장비업체 지원(구본준 LG부회장)’ 등 적지않은 제안을 쏟아냈다. 그 하나하나가 현장에선 절박한 것들이다. 이를 잘 새겨듣고 신속하게 해결책을 마련해야 비로소 기업인과의 회동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과거 정권에서도 기업인과 대통령과의 만남은 수 없이 많았다. 그 때도 기업인들은 여러 가지 경영상 애로를 건의했다. 하지만 그걸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질질 시간만 끌다가 흐지부지되기 십상이었다. 그런 전철을 다시 밟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핵심과제는 일자리다. 그러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결국 기업이다. 정부는 이들이 마음 놓고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고 걸림돌을 치워줘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도 활성화된다. 이날 많은 건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최저임금과 법인세 등 기업인들이 차마 말하지 못한 현안도 많았다. 이런 부분들까지 잘 헤아려 그야말로 기업이 춤출 수 있는 환경을 문 대통령과 새 정부가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간담회가 그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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