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케뱅·카뱅은 되는데…市銀 왜 이제서?
뉴스종합| 2017-07-28 11:31
못 내린다던 해외송금수수료↓
못 늘린다던 모바일대출한도↑
“못한게 아니라 안한 것” 비판


시중은행이 분주해졌다. 전신료 등의 문제로 내릴 수 없다던 해외 송금수수료를 대폭 낮추는가 하면, 모바일뱅크 대출 한도를 저마다 1억원 이상으로 올렸다. 전신료가 낮아진 것도 아니고, 모바일 대출의 상품성이나 연체율이 갑자기 개선된 것도 아닐 텐데 인터넷뱅크 등장에 맞춰 고객편의를 높이고 있다. 그간 은행들이 서비스 개선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제공=더팩트

못깎는다더니…‘확’ 내린 해외송금수수료=카카오뱅크가 해외 송금수수료를 건당 5000원으로 받겠다고 선언하자, 시중은행들이 이에 대응해 수수료를 내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2000달러 이하의 소액금액에 대해서는 ‘위비 퀵 슬로벌 송금’을 통해 송금 수수료를 5000원으로 낮췄다. 이중 전신료는 2000원이고, 나머지 3000원은 수수료다. 우리은행은 카뱅의 등장에 따른 고객 이탈을 막고자 2000달러 이하의 소액 송금에 대해서는 전신료 일부를 은행이 부담하기로 했다.

전신료란 국제 은행간 결제시스템 망인 스위프트(SWIFT)를 거칠 때 필요한 비용이다. 그간 은행들은 스위프트 비용 8000원을 해외 송금수수료에 포함시켜왔다.

500달러 이하는 5000원, 그 이상은 7000원의 수수료를 내는 KEB하나은행의 ‘1Q 트랜스퍼(Transfer)’는 해외 현지 법인ㆍ지점 등을 전용라인으로 연결해 수수료를 낮췄다. 전신료를 낼 필요 없어 그만큼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 지금까지는 창구 수수료 5000원과 전신료 8000원 등 1만3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면, 이제부터는 창구 수수료 5000원만 내면 된다.

대출한도 상향...인뱅 탓? ‘오비이락’?=은행은 연체율 상승을 우려해 주저하던 모바일 대출 한도도 1억원 이상으로 높였다.

KB국민은행이 5월 말께 ‘KB WISE 직장인 대출’ 중 마이너스 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2배가량 높인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신한은행이 1000만원이던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를 1억까지 높인 ‘신한S드림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10일 인터넷ㆍ모바일 전용 ‘위비 직장인ㆍ공무원 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 대출의 연체율 등 지표가 건전하다고 판단됐고 고객들의 니즈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라면서 “기존에도 무보증으로 1억5000만원까지 가능했지만, 직장인 수요가 높은 마이너스 대출 한도를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2~3달 만에 신용대출의 상품성이나 연체율이 갑자기 개선된 것도 아닌데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한 것은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를 의식해 나온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케이뱅크 출범 후 단순ㆍ직관적인 케이뱅크 사이트를 보고 은행들이 대대적인 인터넷ㆍ모바일뱅크 개편 작업을 시작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은행들이 카카오뱅크 유사 서비스로 당장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 측면에서 불리하다”면서 “기존 고객기반을 활용해 비(非)디지털세대 특화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광고 등 비이자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소연ㆍ강승연 기자/carrier@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