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남북단일팀, 이제 구걸 그만하자!
뉴스종합| 2017-08-09 11:24
지난 달 북한의 장웅 IOC위원이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우스운 얘기’라고 일축하고 떠났다.

장웅씨는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기어가는데 단일팀을 지금 어떻게 구성하느냐’고 운을 뗀 뒤 ‘스포츠 교류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튼다는 것은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굵직한 스포츠 행사가 열릴 때마다 우리 정부는 어떤 형식이건 남북공조를 제안 해 오고 있다.

91년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같은 해 포르투갈에서 개최된 청소년 축구대회 등 수확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허접한 것들이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이 더 많았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세칭 미녀응원단의 북한식 체제 선전 모습,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 김정일의 모습이 그려진 현수막이 비에 젖고 있다고 버스를 세우는 소동(?)을 벌인 적도 있다. 스포츠까지도 철저히 당과 수령의 위신을 세우는 도구로 활용해 염증을 일으킨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무 장관이 취임할 때마다 남북 스포츠 교류나 단일 팀 구성은 단골 메뉴였다. 정치권의 계산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에 드리워져 있던 ‘죽의 장막’이 핑퐁 외교로 치워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스포츠가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는데 한 몫 할 수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장마다 꼴뚜기’는 아니다.

미국과 중국 수교가 가능했던 것은 정치적인 물밑 협상이 선행되고 그것을 포장하고 표현하는 방법으로 핑퐁외교가 사용되었을 뿐이다. 또 양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정권이나 체제 유지에 이익이 된다면 동의하고 그렇지 않으면 철저히 외면하거나 거부한다.

이번 동계 올림픽 단일팀 구성이나 분산 개최 요구를 한방에 거부한 것은 우리 제안이 그들의 이익과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쯤해서 북한에 대한 스포츠 교류 방식을 꼼꼼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은 정치적인 이해득실이나 남북화해 분위기 조성 등 거창한 명분은 싹 걷어내고 스포츠가 지닌 가치를 축으로 계획을 짜는 것이 출발점일 듯하다.

북한 스포츠 수준이 극히 일부 종목을 빼곤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 또 스테이트 아마추어리즘을 고집하기 때문에 당과 정부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그렇다면 북한의 모든 인민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를 지원해 주는 방법을 어떨까!? 이것은 현재 진행 중 인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와도 관련이 없고 일반인들이 직접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가 주최하는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모든 노력과 정성은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집중되어야지 곁가지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궁색한 구걸이나 안달하는 모습은 제발 그만했으면 한다.

‘성공은 실수 없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버나드 쇼의 얘기가 생각난다. 느긋하고 의연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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