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라이프 칼럼-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장기 공석의 심각성
라이프| 2017-08-16 11:23
필자는 본 칼럼의 주제를 정하려고 미술계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요즘 새로운 이슈(쟁점ㆍ사안)가 있나요?’ 라는 물음에 모두 블랙리스트 이외는 특별하게 주목할 만한 일이 없다고 대답했다.

블랙리스트가 미술계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삼켜버렸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획자 B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다.

B는 기다렸다는 듯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아르코미술관 관장이 수년 째 공석인 심각성을 칼럼으로 알리고 좋은 해결책을 찾아야한다’고 지적했다.

B와 통화를 끝내는 순간 과거 아르코미술관장 부재로 인한 업무공백에 대한 미술인들의 우려성 발언이 기억 속에 떠올랐다.

1974년 설립된 아르코미술관은 43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의 대표적인 공공미술관이다. 아르코미술관 홈페이지 소개 글에도 미술관의 공공적 역할과 임무, 추진방향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그러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금껏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미술관의 수장이 수년째 공석인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미술인들의 눈에는 마치 관장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오죽하면 필자는 이런 의심까지 했었다. 혹 미술관장이 없어도 큐레이터나 학예사만 있으면 미술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고.

미술관은 전시를 비롯해 학술연구, 소장품 구입 및 보존, 교육, 사회적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문화서비스 기관이다.

따라서 전시기획자인 큐레이터나 학예사, 행정직원이 관장의 업무를 대신할 수는 없다.

알프레드 파크망 전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장도 ‘관장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현대미술을 발굴하고 해석하는 기획전의 총 책임자이자 결정권자다’ 라고 관장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관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미술계에는 괴소문이 나돌고 있다.

정부가 미술관을 없애고 다른 용도, 예를 들면 공연장 등으로 바꾸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관장 뽑는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더 큰 우려도 생긴다. 한국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고, 기초예술분야를 육성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최고 권위 기관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에 관장이 없다는 사실이 문화선진국에 알려진다고 가정해보라.

한국미술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국가적 망신을 사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들의 공개모집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인선이 마무리 되면 조속히 미술전문성과 행정전문성, 경영마인드를 두루 갖춘 관장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만 미술이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 홀대받는다는 미술인들의 오해가 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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