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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카페]아이언맨 수트 같은 만능군복 언제쯤…
라이프| 2017-08-18 11:34
알면 알수록 신기한 ‘전쟁의 과학’

核 등 살상무기 대응 생명 살리는 과학
폭탄 대신 최음제·악취제로 적 무력화
자신을 실험대에 올린 영웅들의 이야기
美 네이틱센터·東阿 레모니어 기지 등
기술개발 현장 찾아 실험 생중계 ‘생생’


200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마스카와 도시히데는 과학기술이 전쟁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인물이다, 그는 현대 전쟁에서 과학자들이 어떻게 전쟁에 동원됐는지 과학자들의 이름과 과학기술을 낱낱이 밝히는 등 과학의 흑역사를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과학저술가’로 평가받는 메리 로치가 쓴 ‘전쟁의 과학’(열린책들)은 전쟁에 동원되는 과학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살인병기로 생명을 앗아가는 과학이 있다면, 살인무기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살리는 과학이 있다.

가령 총알과 파편을, 열기와 습기를 모두 막아줄, 이를테면 아이언맨 수트 같은 만능 군복, 폭음으로부터 소리를 차단하고 듣고 싶은 소리는 더 잘들리게 하는 장치, 감염부위를 어느 외과의사 보다 완벽하게 제거하는 ‘비밀병기’ 등이다.

로치는 엉뚱한 얘기처럼 들리는 이런 일들을 실제로 수행하는 과학자들을 찾아 나선다. 미 해병대와 동아프리카 레모니어 기지, 미국 네이틱 연구소와 월터 리드 센터, 핵잠수함 테네시 호까지 방문, 과학자들과 병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메리 로치 지음, 이한음 옮김
열린책들

미군이 입고 먹고 자고 생활하는 데 쓰이는 모든 물품을 개발하는 네이틱 센터에서는 화염 속에서 잘 견디는 군복을 개발하는게 관건이다. 질기면서 값싸고 불이 잘 붙지 않으면서 녹아내리지 않는 천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된다. 핵폭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선 어떨까. 1950년대 네이틱의 전신인 병참연구소는 1950년대 네바다 프루빙 그라운즈에서 진행된 핵폭발실험에 돼지에 다양한 천을 입혀 이를 실험했다. 결과는 모직물을 한겹 덧댄 동계용 방염군복이 하계용보다 더 잘 견뎠다. 특히 양털은 불에 잘 견디고 녹아내리지 않기 때문에 최적이다.핵폭발 때 생기는 열파는 극도로 뜨겁지만 빛의 속도로 지나가므로 단 몇초동안 견디는 방염 천도 엄청난 차이를 낳을 수 있다.

애버딘 성능시험장에서는 로켓포로부터 장갑차를 구하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된다. 날아오는 RPG포탄을 격자 그물코로 포획하는 철망형 장갑. 차량 밑 폭파에 대비한 2중V자형 차대, 폭발물이 터졌을때 부상을 최소화해주는 트럭 등이 소개된다.

로치는 실험 하나하나를 다큐멘터리처럼 세세하게 전 과정을 보여준다. 실험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중지된 상황도 중계한다. 바로 폭발에 인체가 어떤 식으로 상해를 입는지 알아보는 실험에 기증된 시신의 사용이 논란이 된 것. 이후 ‘민감한 이용’이란 정책이 새로 도입, 동의한 경우에만 시신을 사용토록 했다. 그런데도 군인의 안전을 지키는데 기꺼이 동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군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이런 기술은 다소 기괴하달 수 있는 쪽으로 뻗어나간다. 가령 폭탄 대신 최음제나 악취제를 퍼트려 죽이거나 피해를 입히지 않고 무력화시키는 방법이라든지, 오리나 돌고래처럼 사람도 뇌의 반쪽만 잠들게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엉뚱한 발상을 구현시키는 실험이 2차세계대전 중 비밀리에 진행된 적이 있다.

1943년 8월4일 미국 기밀문서 중 하나는 바로 미 정보기관이 국방연구위원회 무기개발자들의 지원을 받아 악취물질을 직접 개발하러 나선 내용을 담고 있다.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역겨운 냄새물질을 개발하는 것으로 위장명칭은 ‘누구, 나?’였다.

악취물질 개발의 목적은 점령지의 독일군과 일본군 장교들을 지저분한 자로 인식시켜서 기피하게 만들고 민간인들이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연구는 현재 이어지고 있다. 모넬 화학 감각센터는 미군을 위해, ‘보편적으로 욕먹는 냄새’, 악취제의 성배를 찾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다.

해군에겐 물과의 전쟁이 진짜 전쟁이다. 수심 90미터에서 지름 5센티미터 구멍을 통해 밀려드는 바닷물은 무릎을 보통은 꺽이지 않는 방향으로 꺽어 버릴 만큼 충격이 강력하다.코네티컷 주 그로톤의 한 건물에서 행해진 해군 잠수함 학교의 학생들은 이런 경우에 대비한 훈련을 받는다. 구멍을 막기에 가장 좋은 소재는 소나무 원뿔 마개. 소나무는 목재 중 물을 가장 많이 머금고 원뿔은 팽창하면서 구멍에 더 꽉 끼워지기 때문이다. 잠수함이 재난을 당했을 때 생존률을 높여주는 각종 기술개발 현장이야기도 생생하다.

책은 각종 군사 실험을 옆에서 지켜보며 쓴 것이어서 거침없고 생생하다. 특히 정색하고 쓴 딱딱한 르포가 아닌 재치넘치는 글로 현장을 담아내 주제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전쟁기술에도 인간적이란 말이 가능하다면 그 지점은 이 책에서 존스 홉킨스의대 출신의 군과학자 니콜 브로코프의 말이 적절할 듯하다.

“치료를 하면 회복될 수 있는 상해로부터 삶을 바꾸고 불구로 만들고 더 나아가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상해로 전환되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하나의 과제에 수백명의 과학자가 매달려 치밀하게 설계하고 반복적 실험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해가는 과정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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