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먹거리 포비아 ④] 등돌린 소비자…계란發 먹거리 불신시대
뉴스종합| 2017-08-21 09:31
-햄버거병ㆍ질소과자ㆍ살충제 계란까지
-‘믿고 먹을게 없다’ 먹거리 총체적 불신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1. “햄버거도, 길거리 음식도 끊었는데 계란마저 이렇게 되니 애한테 믿고 먹일 게 없습니다”

6살 아들을 둔 주부 조선아(37) 씨가 씁쓸하게 말했다. 조씨는 “자고나면 새 살충제가 추가되더라”며 “살충제에 대한 기준치 조차 없는 이 나라가 두렵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유럽발 살충제 계란 뉴스가 아니었으면 살충제를 평생 먹고 살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2. 서울 종로구 한 한식전문점 앞. ‘우리 매장에서 쓰는 계란은 안전합니다’라는 입간판에는 ‘식용란 살충제 검사결과 증명서’ 함께 ‘안심하고 드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를 본 직장인 김선태(32)씨는 “정부가 인증한 친환경 농가 계란이 살충제 덩어리였는데, 이걸 믿을 사람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계란도매업체 직원들이 정상 판정을 받아 유통했다가 판매부진, 구매자 변심 등을 이유로 다시 반품된 계란을 폐기처분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소비자 사이 먹거리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특히 식품 안전 기준으로 삼아온 친환경 제품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정부 인증제도에도 불신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거나 기준치 이상 살충제를 쓴 것으로 나타나 불합격 처리된 농장은 49곳이다. 이중 친환경 인증 농가가 31곳이나 된다. 일반 농가(18곳)보다 오히려 친환경 농가에서 ‘부적합 판정’ 계란이 많이 나왔다.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가가 8곳, 플루페녹수론이 2곳, 에톡사졸이 1곳, 피라다벤 1곳 등이다.

지난 10일 류영진 식약처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계란에서는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된 바 없다”고 강조하면서 소비자를 안심시켰지만, 살충제가 나오면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대한민국을 덮친 ‘먹거리 포비아’(공포증)는 덜 익은 햄버거 패티가 유발한다는 햄버거병, 질소과자와 살충제 계란까지 이어지면서 극으로 치닫고 있다. 

계란 포함 메뉴를 일시중단 하겠다는 레스토랑 안내문(왼) ‘식용란 살충제 검사결과 증명서’를 공개하며 안전을 강조하고 있는 한 카페.

소비심리 위축도 현실화되고 있다. 계란 판매량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유통업계 따르면 16∼19일 이마트 계란 매출은 전주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줄었고 16∼18일 롯데마트 계란 판매량은 전주 같은 기간보다 45% 급감했다. 

계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제빵업계도 시름이 깊어졌다. 대형 제빵 프랜차이즈 A업체의 경우 17∼18일 매출이 전주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생계형 자영업자인 동네빵집은 상황이 더 어렵다. 서울 성수동에서 소규모 빵집을 운영하는 최모(43) 씨는 “매출이 30% 정도 떨어졌다”면서 “계란이 많이 쓰인 카스테라나 케이크보다는 바게트나 발효종 빵들이 더 잘나가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AI 때문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계란값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젠 손님 자체가 줄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에 정부의 식품안전 관리 신뢰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생활과 직결된 먹거리 문제는 그만큼 민감하기에 국민의 불안과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실효성 있는 위생 및 식품안전조사 방식으로 업계 전반의 긴장감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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